한때 시멘트로 유명했던 충북 제천시가 약초산업을 발판 삼아 '한방 건강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제천은 조선시대부터 대구,전주와 함께 전국 3대 약령시장으로 이름이 났을 정도로 한약 관련 인프라가 탄탄한 지역으로 꼽힌다. 평균 해발 274m의 산악지대에다 석회암이 많아 약초 재배에 알맞은 토양을 갖고 있는 산지 약초 집산지로 지금도 '약초의 고장'으로 불리고 있는 게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제천시가 지난해 약초산업으로 거둔 경제 효과는 570억원.800여 약초 농가의 수입만 175억원에 달했다. 재배 농가당 평균 20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셈이다.

약초를 재배하는 윤재석씨(57)는 "4년 전 파종부터 수확까지 거의 날마다 생산 과정을 기록해 남길 정도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덕분에 소득도 해마다 10% 이상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지역에서는 250여 농가가 220㏊ 면적에서 황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59농가(58.9㏊)가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인증을 받았다. 중국산 황기에 밀려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던 제천 황기는 GAP 인증과 함께 KT&G와 경희대 한방재료가공 학교 등에 대규모 납품을 성사시킨 데 이어 미국 LA 베스트앤틀러사에 2만달러 어치를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다. 제천 명품 GAP 황기의 우수성이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결과다.

GAP 제천 황기의 특징은 석회암의 점토질 땅에서 재배해 재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으며 해발 300m 이상의 고랭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타 지역 제품에 비해 약효가 월등,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천시는 2008년부터 '황기명품화 사업단'을 출범해 제천산 황기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생리활성 효능을 규명하고 이를 소재로 제품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소재 개발기업인 의림바이오텍은 황기 유효 생리활성 물질이 고농도로 농축된 '효소전환 황기 추출물'을 분말 타입으로 개발,다양한 식품 소재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참선진종합식품에서는 '효소전환황기'라는 음용 제품을 개발해 프리미엄급 음료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예전에 삼계탕에 넣어 먹는 재료 정도로만 여겨지던 황기가 과학적인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기능성 식품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체계적인 생리활성 효과를 규명해 세계적인 명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황기명품화 사업단'의 지상과제인 셈이다.

제천시와 함께 황기명품화 사업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재)충북테크노파크 전통의약산업센터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식경제부와 충북도가 출연해 2004년 설립한 지역특화센터다. 이곳은 한약재 검사기관으로 GAP 기준 및 저농약,무농약 등 품질 인증 약재에 대한 연구 및 분석을 통해 고품질 한약재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한방클러스터를 확대함으로써 한방제제,한방 관련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천연물 신약 개발을 주도한다.

제천시는 2010년 9~10월 왕암동에서 '한방 바이오 엑스포'를 개최한다. 한방 바이오를 주제로 한 세계 최초의 국제행사다. 이 엑스포는 올 2월 정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받았다. 국비 60억원 등 모두 2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행사다.

엑스포를 통해 민족의학으로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의학의 신비를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게 제천의 구상이다. 미국 유럽 등 국내외 400여개 한방바이오 업체와 대체의학 기관이 참여할 예정이다. 시는 엑스포 기간 중 국내외 관광객 105만명이 찾아 76억원을 쓰고,한약재 · 기능성 식품 판매 등으로 1500억원대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