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0일 서해 대청도 인근에서 발생한 남북 서해교전을 대청해전으로 부르기로 했다. 1999년과 2002년 발생한 두 차례의 서해교전을 연평해전으로 격상해 부른 전례와 해군의 사기를 감안한 조치이다. "교전수칙이 준수됐고 지 · 해 · 공 합동작전이 완벽하게 이뤄진 모범 사례였다"는 합참 전비태세 검열단의 조사결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피아간 5000발이 넘는 기관포와 함포가 쏟아진 전투상황에서 적을 격퇴한 해군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해전 이후 국민들이 우리 군에 절대적인 신뢰와 박수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해전은 두 가지의 숙제를 남겼다. 첫째,교전과 해전을 구분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합참과 해군에 따르면 해군 규정에는 교전과 해전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전무하다. 얼마나 작은 전투를 교전이라고 부르는지,얼마나 큰 싸움을 해전이라고 해야 할지,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해전이 교전을 격상해 부르는 용어인지도 불명확하다. '2002년 서해교전'이 이명박 정부 들어 연평해전으로 격상됐다는 발표사례만 있을 뿐이다.

이 같은 불명확한 구분 때문에 지난 10일 발생한 교전을 해전으로 격상시키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이견도 있다. 131t급의 작은 북한고속정 1척을 우리 함대 5~6척이 일방적으로 혼을 내준 싸움을 해전으로 스스로 높여 부르기가 좀 그렇지 않냐는 지적이다.

둘째,국방부가 해전이라고 높여 부르면서도 해전에 대한 언론의 추가 취재를 봉쇄해 승전 의미를 스스로 격하했다는 점이다. 해전 당시 포를 쏘는 장면을 담은 사진공개를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교전한 장병에 대한 인터뷰도 틀어 막았다.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을 더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 추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선 우리의 추가 정보공개보다 서해교전을 대청해전으로 격상한 조치에 더욱 자극받았을 수도 있다.

국방부와 합참은 전공을 내세워 교전을 해전으로 높여 부르려면 그에 걸맞게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02년 서해교전을 북한의 눈치를 보며 연평해전이라고 부르지 못한 참여정부나,정보차단과 규정미비 논란에 휘말리는 작금의 국방부나 다를 게 없어 보여서 하는 말이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