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례를 맡을 기회가 종종 생긴다. 경황 없는 신랑 신부가 주례사를 얼마나 새겨듣는지 가끔 의문도 생기지만 그래도 주례의 입장에서 아주 신경이 쓰이는 게 주례사다. 진부하다고 느끼면서도 주례사 앞부분에는 항상 신랑 신부가 꾸미는 새 가정의 재산 목록 영순위로 '사랑'과 '건강'을 강조한다. 새 가정의 장롱과 서랍에는 재물보다 더 귀한 사랑을 가득가득 쌓아 놓으라고 부탁하고 항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챙기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영어의 4가지 단어 첫 글자에서 따온 LAST를 삶의 지침으로 삼으라고 당부한다. 우리말로는 청감지통(聽感支通)이다.

먼저 경청(Listen)이다. 경청은 상대를 존경할 때 나오는 자세이고,종종 인내를 수반한다. 상대의 생각과 입장을 성의껏 듣고 나면 대부분의 문제는 풀린다. 다음은 감사(Appreciate)다. 항상 서로 감사해야 한다. 만사에 감사하는 것은 모든 덕성의 시작이 아닌가. 부모,은사,친척,친구들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일생의 반려자인 신랑 신부는 상대가 내 곁에 있어 주는 것 자체를 감사하길 당부한다. 이어 상호 도움과 지원(Support)을 강조한다. 신랑 신부는 자기가 더 잘하는 것으로 상대를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로 포용하고 소통(Touch)하는 것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대방과 항상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이 나에 대해 의구하고 궁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상황은 물론이고 퇴근이 늦거나 출장 시에도 소식을 전해주는 열린 소통의 중요함을 세월이 지날수록 절감한다.

회사의 신입사원에게나 교육훈련 모임에서 격려사를 하는 기회도 자주 생기는데,생각할수록 주례사나 격려사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실하고 보람되게 사는 지혜는 그 근본이 같기 때문이다. '경청'이야말로 CEO뿐만 아니라 기업에 몸담고 있는 모든 관리자들에게 제일의 원칙이다. 시장의 평판,거래선의 쓴소리,주주의 이야기,직원의 고충 등을 열린 자세로 들어야 기업이 큰다. 또 거래선은 물론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에게도 항상 '감사'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감사의 심성이 자리잡으면 서로 '도움'을 주려 하고 직장 분위기와 능률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감사하는 자세를 갖춘 조직은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회사 안팎의 갈등도 소통이 원활하면 쉽게 풀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도 '보고(報告) 또 보고(報告)'란 모토를 수시로 상기시켜 근무자들이 거래선 담당관에게 정기 보고,수시 보고를 함으로써 신뢰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시장과 잘 소통하는 기업이 장수하고 성장함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로도 입증되지 않았던가.

청감지통의 주례사를 듣는 모든 신혼부부가 행복과 성공을 누려 주례사의 지루함을 용서해 주기 바란다.

박철원 < 에스텍시스템 회장 cwpark@s-te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