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마음이 편해지면 뇌 활성물질인 세로토닌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죠.이 물질은 대뇌피질의 기능을 살짝 억제함으로써 스트레스,고민,갈등 등 소위 잡념을 없애주거든요.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연구소장 · 의학박사)

미술 공연 음악 소설 영화 등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문화 테라피(예술치료)'가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정신적인 피로감을 치유해주는 그림을 모은 기획전이 열리는가 하면 '힐링 뮤직''힐링 댄스'라는 이색 공연,명상 소설,치유 영화 등이 잇따르고 있는 것.

음악계에선 '힐링 뮤직(Heal through the Music)'이 새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힐링뮤지션 시크릿 가든을 비롯해 티베트 전통음악 가수 겔상 추키,오카리나 연주자 한태주씨 등이 붐을 주도하고 있다. 다양한 힐링 뮤직을 즐길 수 있는 축제도 생겼다. 충북 진천군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힐링 뮤직 페스티벌'을 기획,올해 2회째 행사를 치렀다. 지난 7월 열린 2회대회엔 관람객 1만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출판계도 올해 키워드로 '치유'를 꼽는다. 《마음 치유를 위한 여행》 《자가치유 바이블》 《아픈 영혼,책을 만나다》 《중독을 치유하는 영성》 등 올해 나온 치유 관련 서적만 50종이 넘는다. 지난해에 나온 《서른살이 심리학에 묻다》는 지금까지 40만부 넘게 팔렸고,비슷한 주제를 담은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2년도 안돼 100만부 이상 나갔다.

미술계 화두도 '힐링 아트'다. 지난달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서 현대인들의 불안증후군을 치유해주는 그림들을 모은 기획전 '아름다운 세상을 부탁해-세라토닌'전에 1만여명이 몰렸다. 치열하게 앞만 보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그림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이 전시회는 내년 3~4월 울산광역시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앞서 7월에는 힐링 아티스트 20명이 경기도 파주의 교하아트센터에서 '하트 힐링 아트전-첫 번째 그림이야기'란 타이틀로 작품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문화계에 퍼지는 '문화 테라피'현상을 '자기 치유 및 위안찾기'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 정신 질환이나 스트레스 증후군은 의학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예술 체험이라는 대안이 출현했다는 설명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20세기가 경쟁과 스피드의 '엔돌핀 사회'였다면 21세기는 어울림 · 느림 · 감성 인자 분비를 높이는 '세로토닌 사회'"라고 말했다.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도 궁극적으로 "예술치료는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의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예술은 개인의 갈등을 조정하고 동시에 자기 표현과 승화작용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김경갑/김주완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