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식 세계화 논의가 '국내용'이란 느낌을 받습니다. 한식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해외시장으로 나가 도전하고,부딪쳐야 합니다. "

여태근 백제원 사장(사진)은 "세계화는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적용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 직접 사업을 해보고,실패와 성공을 맛본 사람들로부터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외식 사업가로 꼽힌다. 1994년 랴오닝성 센양의 코리아타운에 한국요리 전문점 '백제원'을 열어 중국 내 한식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한식당 3개를 포함해 호텔,한국식 노래방,한국식 사우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300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센양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도 '백제원'을 이용하지만 점주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 사장이 점포 운영 외에 공식적인 외부 활동을 꺼리기 때문이다. "사업가는 사업에 전념해야지,정치를 하거나 자기 PR에 나서면 경영이 부실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여 사장은 1977년부터 12년간 국세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1994년 3000만원을 들고 중국에 들어가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금 재산은 300억원대로 불어났다.

여 사장은 사업가로 변신한 지 15년 만에 한식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13일 한국외식경영학회와 음식업중앙회가 공동 주최한 '2009 한국외식경영대상'시상식에서 해외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식당으로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 하고,한국인의 미각을 너무 주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중국인의 문화,역사적 특성에 맞춘 서비스와 마케팅도 필요합니다. "

사업 성공 비법을 묻자 여 사장은 철저한 '현지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음식은 한식이지만 맛과 분위기는 물론 가게 운영은 현지화하라는 주문이었다. 종업원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여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요리사 10만 양병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개발하고,해외에 한식당을 낸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 내 해외시장에서 한식 마니아를 많이 만들려면 각국에 '한식 요리학원'을 세워 현지인 요리사를 대거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한식이 표준화되고,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현지 보급을 빠른 시일 내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