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줄이는 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고려했던 세 가지 안 중 가장 강한 것으로 배출전망치(BAU) 대비로는 2020년 국내에서 배출될 온실가스의 30%를 감축하는 수준이고 개발도상국이 권고받고 있는 최고치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결국 현실화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중기목표를 확정한 뒤 이번 국무회의가 역사적인 회의이며 앞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인식, 한국제품에 대한 인식 등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노력을 촉구(促求)한다고 했지만 문제는 이것이 대외적으로는 구속력있는 약속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실천할지가 막중한 과제로 우리 앞에 떨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선 산업계에 미칠 단기적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일단 상대적으로 감축여력이 많은 건물과 교통 등 비산업분야 위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산업분야의 경우 업종별 국제경쟁 상황을 분석한 뒤, 산업경쟁력을 유지 ·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축량을 배분하고 지원대책을 병행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산업계와 국민, 또 산업별 배분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막상 비용분담에 들어가면 이해당사자들간 갈등의 소지가 다분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배분과 정책수단 등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중요한 만큼 정부는 지금부터 이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빨리 떨쳐내는 일도 시급하다. 정부는 4% 감축이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신성장동력 등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낙관론으로 보인다. 보다 구체적인 신성장동력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긴 성장 정체국면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정부는 이 문제에 치밀(緻密)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