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라면 좀 더 느긋해질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이후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두 번 이상 유찰되는 경매물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9월까지 줄곧 달아오르던 경매시장의 분위기가 제2금융권으로 DTI 규제가 확대된 10월을 기점으로 꺾이는 추세가 역력하다.

17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들어 경매에 나온 아파트 4채 중 1채가 두 번 이상 유찰돼 입찰가가 감정가의 49~64%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집행법원에 따라 20(서울지역)~30%(인천지역)씩 경매 입찰가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감정가격이 28억원인 송파구 신천동의 롯데캐슬골드 전용면적 187.7㎡는 3회 유찰되면서 오는 30일 감정가의 51%인 14억3360만원에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네 번째 경매가 진행된다.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148.9㎡도 2회 유찰돼 64%인 12억1600만원에 경매될 예정이다.

다른 지표들 역시 하락세가 확연하다. 11월 들어 경매에 나온 물건들은 10개 중 7개꼴로 주인을 찾지 못해 낙찰률이 29.7%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9월 90.7%까지 치솟았던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하락해 10월에는 87%까지 떨어졌다. 인천과 경기지역 역시 비슷한 추세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경매시장 침체에는 정부의 금융규제가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영향이 컸다. 경매 낙찰에 따른 경락자금 대출이 주로 제2금융권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서다. 실제 DTI 규제의 지역 확대가 제1금융권까지만 적용된 9월에만 해도 경매시장은 '풍선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추석 이후 DTI 규제가 제2금융권에도 적용되면서 경매시장은 된서리를 맞기 시작해 낙찰가율은 떨어지고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은 늘어났다.

경매시장이 모처럼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도 느긋해질 것을 충고하는 한편 자금 여력이 있는 경우라면 매수에 나서볼 만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경매 참여자들이 줄어들면서 주변 시세나 급매가와 비교해 싼 가격에 경매물건을 잡을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