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202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까지 줄이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목표 달성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수출기업에 배출량 할당을 일정기간 유예하고,일부 주력 업종엔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방안을 의결했다. BAU는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뜻한다. BAU 대비 30% 감축은 2005년과 단순 비교해 4%를 줄이는 것으로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들에 권고(BAU 대비 15~30% 감축)하는 최고 수준이다.

정부 내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의지가 강해 기존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감축폭이 큰 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안 확정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분야별로 세부 목표를 정하고 관리하는 온실가스 ·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건물과 교통 등 비산업 분야 위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업 경쟁력을 유지 ·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축량을 배분하고 맞춤형 지원 대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할당받은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정부가 배출권을 무상으로 지원해 경쟁력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 · 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며 업종별 배출 전망과 감축 잠재량을 분석하고 이행계획 수립 및 점검 · 평가를 위해 현재의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장관급 경제정책조정회의로 바꿔 운영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배출량 목표 설정은 (경제)성장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대한민국에 더 큰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라며 "오늘 국무회의는 역사적으로 기록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류시훈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