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가가 1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의회 연설(Queen's Speech)을 두고 시끄럽다. 지지도 추락과 세비 오용 스캔들로 홍역을 앓고 있는 집권 노동당이 여왕 연설을 반전의 지렛대로 삼아 15개 개혁법안을 준비하자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등 야당은 법안 통과를 반드시 막겠다며 결사항전의 뜻을 밝히고 있다. 영국은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매년 가을 영국의 의회 회기 개막일에 맞춰 향후 정부정책을 여왕이 대신 발표하는 이번 행사는 16세기 입헌군주제 확립과 함께 시작됐다. 왕과 의회의 견제 관계를 반영,여왕이 의사당에 간 사이 하원의원 한 명이 버킹엄궁에 '인질' 개념으로 잡혀 있는 게 전통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여왕은 이날 연설에서 "영국경제가 침체에서 회복됨에 따라 정부정책의 최우선순위는 가정과 기업이 번창하도록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며 재정적자 축소와 금융규제 강화 등을 포함하는 노동당 정부의 정책들을 언급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향후 4년 내 재정적자 절반 감축 △금융감독청(FSA)에 금융권 보너스 규제를 위한 강력한 권한 부여 △성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화 △노인 요양 · 홈케어 강화 △공립학교 교육 질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15개 개혁법안을 추진 중이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등 야당들은 "코너에 몰린 노동당이 마지막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차기 의회의 시작을 알리는 여왕 연설이 정부의 통치력 강화수단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당수도 "노동당이 여왕연설을 '납치(hijacking)'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