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세계 무역분쟁 사상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힘겨루기로 꼽혀온 유럽과 중남미간 ‘바나나 전쟁’이 조만간 중남미 수출국들의 승리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유럽국가들과 중남미 국가들간 바나나 무역분쟁이 양측간 합의로 타결될 것이며 이르면 이번주중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지난 1993년 중남미 바나나 수출국들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제소하면서 촉발된 ‘바나나 전쟁’은 EU가 현재 바나나 1t당 176 유로씩 부과했던 관세를 148유로로 인하하고，이어 앞으로 7년간 단계적으로 114유로까지 낮추는 형태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중남미 각국이 EU로 수출하는 바나나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있는 옛 영국·프랑스 식민지에서 수출하는 바나나간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대신 이번 조치로 바나나 수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옛 식민지 바나나 농가에 대해선 EU에서 총 1900만유로의 농가 구조조정 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했다.이와 함께 EU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옛 유럽 식민지 국가에서 수입되는 파인애플과 설탕에 대한 비관세 혜택도 줄여나가기로 했다.

FT는 이번 바나나 협상 타결이 현재 답보 상태인 도하 라운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도하 라운드의 최대 핵심쟁점중 하나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간 열대 과일 및 각종 농산물 관세율이 핵심 쟁점이었기 때문이다.FT는 “이번 협상 종결로 유럽이 남미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데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