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여유자금이 내년에도 은행권의 단기 금융상품에 몰릴 것으로 조사됐다.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이들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열린 삼성증권의 CFO(최고 재무책임자)포럼에 참석한 기업 재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자(50명)의 32%가 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변수로 출구전략을 꼽았다. 이어 원 · 달러 환율 급변동(28%),국내외 경기회복속도(26%),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14%)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의 40%는 출구전략이 실행돼 금리가 뛸 것에 대비해 내년에 기업 여유자금을 투자기간 3~6개월의 단기 금융상품에 넣겠다고 답했다. 만기가 짧은 상품에 자금을 넣었다가 출구전략이 실행돼 금리가 오르면 고금리 상품으로 빨리 갈아타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단기 금융상품으로 3~6개월짜리 정기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MMDA),CP(기업어음)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등을 꼽았다.

조한용 삼성증권 상품지원파트 차장은 "은행들이 시중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높은 수신금리를 제시하자,출구전략에 불안을 느낀 재무담당자들이 1년 미만 정기예금 등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중견 생활용품 제조업체의 CFO는 "내년엔 소비경기가 올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출구전략이 쉽게 실행되지 못할 것 같긴 하지만,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여유자금을 넣어두고 상황 변화에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무담당자들은 내년 여유자금 운용수단으로 단기 금융상품(40%)에 이어 주식(26%)을 꼽았다. 내년 주식투자비중은 '올해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이 52.08%로 가장 많았고,'올해보다 늘린다' 25.0%,'올해보다 줄인다' 22.92%였다.

주식투자 방법으로는 랩어카운트와 직접투자가 각각 28.26%에 달했다. 이어 펀드가 23.91%,주가연계증권(ELS)이 19.57%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