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늑장 법안심의로 인해 내년 예산안 심의와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금운용공사 설립 등 사업 예산은 짜놨는데 막상 국회가 관련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18일 국회 예산정책처와 상임위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중 법적 근거가 미비한 항목이 10여건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여유자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할 기금운용공사 설립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기금 운용의 수익성과 재정 안정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중점 과제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복지부는 내년 지출계획안에 공사설립 추진반의 인건비와 운영경비 등으로 129억4100만원을 계상했다.

하지만 기금운용공사 설립의 근거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복지위의 한 전문위원은 "지난해 8월 정부의 개정안이 올라온 후 6차례 심사소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못 냈다"며 "주무부처 등을 놓고 논란이 많아 올해 안에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상임위를 통과시켜도 법사위 심사 등 절차를 고려하면 처리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복지위는 공사 건물임차비 등 예산 삭감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지난해에도 '개정안이 연내 의결될지 불투명하다'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한 전문위원은 "경제위기로 복지위에 각종 민생법안이 몰리면서 장기 과제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며 "미디어법으로 여야가 대치하면서 정기국회가 늦어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산업 발전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콘텐츠 분쟁조정 위원회 설치(5억원) 등 예산 편성이 '콘텐츠산업 발전법' 개정 지연으로 불투명하다. 문화부는 '콘텐츠 5대강국'을 선언하며 개정안을 지난 2월 제출했다. 하지만 미디어법 논란으로 매번 상임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녹색성장 사업예산은 지난 2월 제출된 녹색성장기본법의 처리 여부에 달려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시스템 구축사업'(22억원),지식경제부의 산업부문 목표관리제확산 사업(80억원) 등이 해당된다. 정부는 기본법이 통과되는 대로 시행령을 제정,업무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기본법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데다 야당의 반발도 커 전망이 불투명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