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3분기 1000원어치를 팔아 평균 84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분기의 31원은 물론 올 2분기의 70원보다 높아진 것이다.

특히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에 비해 25% 이상 증가하며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환율효과와 원자재값 안정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등의 업종이 실적개선을 주도했다. 포스코 한국전력 등은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00%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4분기엔 환율효과가 사라지고 원자재 가격 등 비용 부담이 커져 이익 신장세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이익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


18일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34개사 중 비교 가능한 570개사의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은 19조2718억원으로 2분기(13조9983억원)보다 37.6% 증가했다. 순이익은 19조2747억원으로 25.4% 늘었다. 이는 기존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2분기 순익(16조1093억원)을 20%정도 웃도는 것이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2.5%,순이익은 163.3% 크게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분기(-56.7%)와 2분기(-31.8%)에 후퇴를 거듭하다가 이번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고차 보상 프로그램과 중국의 각종 내수부양책 등 각국 정부의 정책으로 수요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선제적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우호적인 환율환경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 이익이 작년 수준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경기가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과정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3분기까지 각종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소비가 극대화돼 기업이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IT 자동차 등이 실적개선 주도


전기전자 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은 4조8305억원으로 2분기보다 136.5% 증가해 실적 개선세가 지속됐으며,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68.9% 급증했다.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는 전분기 대비 3.1% 감소해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작년 동기 대비로는 109.0% 늘어 경제위기 여파에서 벗어났다.

제품가격 상승과 업황 회복의 기미가 보이는 철강금속도 영업이익이 2분기 대비 296.9%나 급증했다.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은행업종도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0.5%,작년 동기 대비 77.9% 증가해 두각을 보였다.

반면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신종플루 직격탄을 맞은 해운 항공 등 운수창고 업종은 전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선 한국전력의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064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587.7% 뛰어올라 단연 눈에 띄었다. 포스코(510.3%) LG디스플레이(317.8%) 삼성전자(160.2%) 우리금융(113.3%) 삼성전기(102.9%) 등의 이익 증가율도 높았다.

10대 그룹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분기에 비해 각각 43.9%와 29.0% 증가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전분기 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포스코그룹이 158.7%로 가장 높았고 삼성(55.0%) 현대차(32.2%) 현대중공업(30.2%) 등이 뒤를 이었다. 롯데와 GS는 순이익이 줄었고,금호아시아나와 한진은 업황 부진의 영향으로 적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 · 달러 환율이 10월 이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수출주에 부담이 되고 있는 데다 연말 마케팅 비용과 상여금 등의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환율 하락과 비용 상승 등으로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