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종갓집 맏며느리이다 보니 집안에선 억척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밖에선 어려운 이웃과 민원인들을 돌보다 보니 주위에서 '천사표'라고들 하네요(웃음)."

19일 행정안전부가 농협중앙회 후원으로 개최한 13회 민원봉사대상 사상식장.대상을 받은 반순환씨(49 · 충북 청원군 보건소 간호 6급)는 시상대에 오르면서도 앞으로 도와야 할 사람들을 머릿속에 그렸다. '우선 상금 1000만원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야지….'

충북 청원 출신으로 1982년 충주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반씨는 청원군 구미리 보건진료소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주위에선 당연히 병원 간호사로 가리라 생각했지만 그가 시골 보건소를 선택한 데는 까닭이 있었다.

"10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6남매를 키웠어요. 집안이 너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둘까 생각할 때 선생님과 이웃 분들이 나서 학비를 대주시면서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졸업하면서 이제 내가 돌려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런 생각은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에서 출퇴근하는 남편(신성호 서강대 생명과학과 연구교수)이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자고 몇 차례 권유했지만 거절했다. 도움의 손길이 눈에 들어오는 지역사회를 떠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남편이 고령신씨 14대 종손이에요. 일년에 13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홀로 계신 시아버지(89)를 남겨둘 수 없는 것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

반씨는 산아제한정책이 유지되던 2003년엔 전국에서 최초로 출산 · 육아용품 지원사업을 추진해 전국적으로 출산장려사업을 확산시키는 공로를 세웠다. 2004년에는 충북도 내 최초로 방문보건사업 전담팀을 만들어 찾아가는 건강도우미 사업을 추진,고객감동 행정을 펼치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10여년 전부터 박봉을 쪼개 케냐 지라니교육센터와 방글라데시 밀풀 가정개발사업에 후원도 해오고 있다. "이제 시작입니다. 그동안 제가 받은 것을 갚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