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심사가 된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다른 부처 간 갈등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자 상무부와 재정부 등이 잇따라 이를 부인하는 발언을 내놓은 게 그 방증이다. 급기야 "위안화 절상은 국무원이 결정할 문제"라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의 발언까지 나왔다.

판강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18일 로이터통신 TV와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절상 여부를 결정하는 건 복잡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판 위원의 발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중을 나흘 앞둔 지난 11일 인민은행이 3분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절상을 시사한 것이 '실수'였음을 고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인민은행은 "국제자본 흐름과 주요 통화 추세 변화를 감안해 위안화 환율시스템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고 시장에서는 이를 위안화 절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판 위원은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금융위기 전에 비해 오히려 덜하다"고 주장했다. 위안화 재평가 문제가 달러 약세에 의해 촉발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위안화 환율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매우 부차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7일과 18일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와 회담하면서 "시장지향적인 환율 개혁(위안화 절상)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필수적인 공헌을 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후 주석과 원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환율 문제에 직답을 회피했지만 중국 관료들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반발하는 공개 발언을 서슴지 않아왔다. 야오젠 상무부 대변인은 "달러는 약세이면서 위안화 가치를 올리라는 건 불공평한 처사"라고 비난했고,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위안화 환율 안정이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이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환율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환율과 관련된 문구는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취하고 통화정책의 국제경제 영향을 적절히 주시한다"고 한 게 전부다. 홍콩 명보 등은 이 문구가 양측이 서로의 환율정책에 이견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오는 28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3명의 유럽 고위 관료가 환율 논의를 위해 방중하는 등 위안화 절상 압력은 계속되겠지만 적어도 내년 초까지 절상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홍콩 NDF(역외선물환) 시장에서 1년물 위안화 선물은 달러당 6.6270위안까지 오르는 등(위안화 약세) 절상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이달 초 달러당 6.6660위안에 달했던 1년물 위안화 선물은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상 시사 이후 6.5880위안까지 내려갔다가 오바마 방중과 함께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