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교장단 "내신·인성면접만으로 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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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달 개편안 발표 앞두고 '폐지론' 잠재우기 대책 내놔
전국 30개 외국어고 교장들이 내년(2011학년도) 입시부터 영어듣기 시험과 구술면접을 폐지하고 내신과 인 · 적성 면접으로 뽑기로 결정함에 따라 외고 입시에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외고들의 이 같은 강수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외고 폐지를 포함한 개편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개편작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장들이 오랜 토론끝에 내놓은 개선책은 지금까지 외고들이 내놓은 어떤 것보다 수위가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일부 학교가 영어듣기 시험 폐지를 거론하기는 했지만 모든 외고가 영어듣기와 구술면접까지 폐지하기로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외고들은 대신 생활기록부에 전국 중학생이 일제히 치르는 중학생 영어소통능력인증제 등급을 활용할 계획이다. 교장단은 "내신이 강화되면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열중하고 교사의 역할도 커져 중학교 교육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어교사의 추천을 받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공교육 강화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외고들은 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사회적 배려대상자,국가유공자,지역 인재 등을 선발하는 특별전형 인원을 교육당국과 협의해 획기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점수보다는 잠재력 위주로 평가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외고들이 기존 선발방식을 전면적으로 포기할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외고들은 그동안 난이도 높은 시험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난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외고들은 모양만 변화를 시도했을 뿐 실제 시험에선 시험문제를 변칙적으로 까다롭게 제출해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풀기 어렵게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또 서울지역 외고들은 올해 초 내신반영 비율을 55%로 지난해(40%)보다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거꾸로 복잡한 공식을 적용,반영비율을 오히려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다. 최근 경기도권 일부 외고들이 출제가 금지된 교과 연계형 구술면접을 실시했고,영어듣기 시험에서도 중학교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들이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고들이 선수를 치고 나옴에 따라 교과부가 마련하기로 한 외고 개편안이 어떻게 바뀔 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교과부는 다음 달 10일까지 고교 체제 개편안을 마련키로 한 상황이다. 교과부는 외고뿐 아니라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자립형 사립고(자사고),자율형 사립고(자율고),자율형 공립고,개방형 자율학교,기숙형 고교,마이스터고,전문계고 등의 다양한 학교 유형을 2~3가지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선발방식을 사교육 감소에 중점을 두고 개정 중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일부 학교의 학생선발권 폐지를 시사했으며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외고를 '특성화 고교'로 통합하고 추첨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교과부에서도 외고 과학고 자사고 자율고 등은 전기에 학교별로 선발하는 '특성화 고교'로 단순화하고,일반계 고교는 '후기고'로 묶어 현재처럼 추첨으로 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고의 학생 선발방식도 이번 외고 교장들의 발표 수준보다 수위가 높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