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가던 코스피 지수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가운데, 최근 한달간 1600을 중심으로 등락해온 국내 증시의 박스권 돌파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날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1620선을 탈환했던 코스피 지수는 20일 오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증시가 주택과 고용 등의 경기지표 악화로 1% 정도 급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매수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수급 주체가 없어 불안한 모습이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60일 이동평균선(코스피 1628) 돌파 가능성도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11월 들어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연말 상황에 대한 우려는 아직 크다.

이종원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 상황이 나아졌다고 확언하기 어렵다"며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적인 환경의 개선 가능성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여전히 경계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수출 기들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도 낮춰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연말랠리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을 키우기 전에 먼저 우리 주식시장의 환경과 경쟁력에 대해 한번 더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모멘텀이나 주도주의 부재라는 상황은 여전히 별다른 개선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 증시에서 투자심리를 장악하고 있는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전날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상승추세를 이끌만한 주도주가 부각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증시가 박스권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의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회복중이라는 점과 외국인 매수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다시 강화되고 있고, 그동안 수출기업들의 실적모멘텀 약화 우려를 자극했던 원달러 환율 하락의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를 억누르고 있는 것은 유동성 회수 가능성과 모멘텀 둔화"라며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확장초입에 진입했고 아시아 자산버블 우려도 증시에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외국인의 IT(정보기술)주 비중이 현재 37%에 불과해 과거 최대치인 52%를 크게 밑돌고 있어, IT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여력이 높은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 증시가 연말 강세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옥석 가리기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낙폭과대주에 대한 매수는 여전히 유효해보인다.

박성훈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낙폭과대 우량주 가운데에서도 외국인의 매수강도와 밸류에이션의 수준을 고려해 관심의 범위를 확대하는 매매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중현 애널리스트도 "주도주가 쉽게 부각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짧게 보는 시각을 유지하되, 낙폭과대주에 대한 기술적 매매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해보인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