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류 보험사 리포트] (5ㆍ끝) 구제금융 거부, 증자 성공 '뚝심'…주당 순익 8년간 年17%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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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끝) 메트라이프-철저한 위험관리
금융위기가 휘몰아치던 지난해 10월8일,미국의 보험사인 메트라이프가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AIG에 이어 다른 보험사에도 구제금융을 투입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자체 자금조달'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당시 시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여파로 얼음장을 걷는 것처럼 불안했다. '유동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었지만 경영진은 결단을 내렸다. 10월28일 23억달러 규모의 보통주(7500만주,주당 26.50달러) 발행에 성공했다.
증자 성공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강해진 메트라이프의 위상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메트라이프는 작년 3,4분기 연속 흑자를 냈고 지난해 전체로 전년보다 11% 증가한 50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에는 전년과 같은 주당 0.74달러의 배당을 해 투자자에게 보답했다. 다른 보험사인 하트퍼드 등 12개 보험사가 최근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 프로그램(TARP)을 신청한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성과였다.
◆기업 공개로 뻗어나가다
메트라이프는 미국 1위 보험사다. 2008년 기준으로 총자산 5017억달러,보유계약액 3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멕시코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16개국에 진출해 있다.
메트라이프의 역사가 140년에 달하지만 해외로 나간 것은 오래지 않았다. 메트라이프가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한 계기는 2000년 상장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융업계의 대형화 · 겸업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1998년 씨티그룹과 트래블러스가 합병하면서 거대 은행이 탄생하자 다른 금융사들도 잇따라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메트라이프도 종합금융사로 발전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주력상품이던 사망보험 신계약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도 타개할 필요가 있었다.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 도입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
경영진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본 확충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상장을 하려면 상호회사(mutual company)에서 주식회사로 먼저 전환해야 했다.
1200만명의 사원계약자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276만명이 참여했고 그 중 93%인 257만명이 찬성해 2000년 4월 금융지주사인 메트라이프를 만들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상호회사인 메트로폴리탄생명은 새로 설립된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됐다. 메트라이프는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사원계약자에게 주주권을 인정해 상장사 지분의 65%를 나눠줬다.
상장으로 대규모 자본 조달에 성공한 메트라이프는 2001년 미국 7위의 메트라이프은행을 인수했다. 2002년에는 멕시코 국영보험사를 사들여 멕시코시장 1위인 메트라이프 멕시코를 설립했고 2003년엔 존핸콕의 단체보험사업을 매입했다. 2005년 1월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트래블러스 라이프 앤드 어뉴이티'를 115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개인생명보험 부문에서 미국 1위 업체로 부상했다.
특히 트래블러스가 가졌던 영국과 벨기에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폴란드 등의 자회사와 일본 홍콩의 합작사,중국의 사무소도 함께 인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메트라이프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했다. 국제사업부문 매출은 2004년 20억8000만달러에서 2008년에 45억8000만달러로 급성장했다.
◆매년 주당순이익 17%씩 증가
상장 이전까지만 해도 상호회사로 느슨한 관리를 해왔던 메트라이프는 수익성을 높이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판매 채널별로 분리됐던 인사 IT(정보기술) 법무 재무 등의 관리 조직을 통합했고 판매 지점 수도 줄였다. 대신 판매인력은 늘리는 대형화를 추진했다. 특히 설계사 교육을 강화해 재무설계 전문가를 키웠다. 구조조정을 실시해 2000년 관리 인력의 15%인 4300명을 축소했고 임원도 30% 이상 외부에서 수혈했다.
시장 공략 전략도 개편했다. 전속 판매조직의 3분의 1을 흑인 여성 아시안 히스패닉 등 미국 내 성장부문으로 배치했고 부유층 공략을 위해 젠아메리카 등 특화된 보험사도 인수했다. 상품도 사망보험에서 벗어나 수익성 · 성장성을 갖춘 변액연금 등을 주력으로 팔았다.
기업대출과 단체의료보험,자산운용 등 비핵심 분야나 의료 캐피털 부동산 등 시장리더십이 없는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했다. 해외에서도 멕시코 한국 등 성장성 있는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영국 캐나다 사업을 접었다. 이 결과 2000년 상장 이후 2007년까지 주당순이익(EPS)이 매년 평균 17%가량 성장했다.
◆철저한 위험 관리
메트라이프는 상호회사의 특성상 보수적인 영업을 해왔다. 해외 진출도 더뎠다. 하지만 보수적인 만큼 보험업에 충실했고 위험관리도 철저했다.
미국 내 경쟁사인 AIG가 몇 년간 신용파생상품 거래 및 항공기리스 사업 등 사업 다각화로 막대한 이익을 봤을 때 메트라이프는 비보험 부문을 축소하고 위험관리를 강화했다. 그 결과 미국 금융사인데도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에도 자산운용에서 14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물론 메트라이프도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모기지 증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위험관리(ALM)시스템에서 경고 사인이 울리자 2005년 초부터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을 팔았다. 이후 'A' 등급 이하의 증권 매입을 중단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는 취급하지 않았다.
뉴욕=이익원 특파원/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미국 정부가 AIG에 이어 다른 보험사에도 구제금융을 투입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자체 자금조달'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당시 시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여파로 얼음장을 걷는 것처럼 불안했다. '유동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었지만 경영진은 결단을 내렸다. 10월28일 23억달러 규모의 보통주(7500만주,주당 26.50달러) 발행에 성공했다.
증자 성공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강해진 메트라이프의 위상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메트라이프는 작년 3,4분기 연속 흑자를 냈고 지난해 전체로 전년보다 11% 증가한 50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에는 전년과 같은 주당 0.74달러의 배당을 해 투자자에게 보답했다. 다른 보험사인 하트퍼드 등 12개 보험사가 최근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 프로그램(TARP)을 신청한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성과였다.
◆기업 공개로 뻗어나가다
메트라이프는 미국 1위 보험사다. 2008년 기준으로 총자산 5017억달러,보유계약액 3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멕시코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16개국에 진출해 있다.
메트라이프의 역사가 140년에 달하지만 해외로 나간 것은 오래지 않았다. 메트라이프가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한 계기는 2000년 상장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융업계의 대형화 · 겸업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1998년 씨티그룹과 트래블러스가 합병하면서 거대 은행이 탄생하자 다른 금융사들도 잇따라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메트라이프도 종합금융사로 발전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주력상품이던 사망보험 신계약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도 타개할 필요가 있었다.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 도입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
경영진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본 확충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상장을 하려면 상호회사(mutual company)에서 주식회사로 먼저 전환해야 했다.
1200만명의 사원계약자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276만명이 참여했고 그 중 93%인 257만명이 찬성해 2000년 4월 금융지주사인 메트라이프를 만들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상호회사인 메트로폴리탄생명은 새로 설립된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됐다. 메트라이프는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사원계약자에게 주주권을 인정해 상장사 지분의 65%를 나눠줬다.
상장으로 대규모 자본 조달에 성공한 메트라이프는 2001년 미국 7위의 메트라이프은행을 인수했다. 2002년에는 멕시코 국영보험사를 사들여 멕시코시장 1위인 메트라이프 멕시코를 설립했고 2003년엔 존핸콕의 단체보험사업을 매입했다. 2005년 1월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트래블러스 라이프 앤드 어뉴이티'를 115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개인생명보험 부문에서 미국 1위 업체로 부상했다.
특히 트래블러스가 가졌던 영국과 벨기에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폴란드 등의 자회사와 일본 홍콩의 합작사,중국의 사무소도 함께 인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메트라이프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했다. 국제사업부문 매출은 2004년 20억8000만달러에서 2008년에 45억8000만달러로 급성장했다.
◆매년 주당순이익 17%씩 증가
상장 이전까지만 해도 상호회사로 느슨한 관리를 해왔던 메트라이프는 수익성을 높이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판매 채널별로 분리됐던 인사 IT(정보기술) 법무 재무 등의 관리 조직을 통합했고 판매 지점 수도 줄였다. 대신 판매인력은 늘리는 대형화를 추진했다. 특히 설계사 교육을 강화해 재무설계 전문가를 키웠다. 구조조정을 실시해 2000년 관리 인력의 15%인 4300명을 축소했고 임원도 30% 이상 외부에서 수혈했다.
시장 공략 전략도 개편했다. 전속 판매조직의 3분의 1을 흑인 여성 아시안 히스패닉 등 미국 내 성장부문으로 배치했고 부유층 공략을 위해 젠아메리카 등 특화된 보험사도 인수했다. 상품도 사망보험에서 벗어나 수익성 · 성장성을 갖춘 변액연금 등을 주력으로 팔았다.
기업대출과 단체의료보험,자산운용 등 비핵심 분야나 의료 캐피털 부동산 등 시장리더십이 없는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했다. 해외에서도 멕시코 한국 등 성장성 있는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영국 캐나다 사업을 접었다. 이 결과 2000년 상장 이후 2007년까지 주당순이익(EPS)이 매년 평균 17%가량 성장했다.
◆철저한 위험 관리
메트라이프는 상호회사의 특성상 보수적인 영업을 해왔다. 해외 진출도 더뎠다. 하지만 보수적인 만큼 보험업에 충실했고 위험관리도 철저했다.
미국 내 경쟁사인 AIG가 몇 년간 신용파생상품 거래 및 항공기리스 사업 등 사업 다각화로 막대한 이익을 봤을 때 메트라이프는 비보험 부문을 축소하고 위험관리를 강화했다. 그 결과 미국 금융사인데도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에도 자산운용에서 14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물론 메트라이프도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모기지 증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위험관리(ALM)시스템에서 경고 사인이 울리자 2005년 초부터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을 팔았다. 이후 'A' 등급 이하의 증권 매입을 중단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는 취급하지 않았다.
뉴욕=이익원 특파원/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