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위에 살색을 칠하려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살색' 크레파스를 쥐여준다. 그런데 아이는 선뜻 색칠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건 아무리 봐도 우리집 돼지 피부 색깔인데 선생님은 왜 이걸 살색이라고 하는 걸까?

회화와 사진,조형예술 등 다양한 매체로 색(色)을 다루는 작가 6명이 '자신만의 눈'으로 해석한 색을 이야기 하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삼성동 아트컴퍼니 인터알리아가 다음 달 9일까지 펼치는 '색을 거닐다'전이다. 참여작가는 사진작가 배병우씨를 비롯해 고낙범 국대호 박주옥 한정욱 장연순씨 등이다.

안개 낀 소나무를 렌즈로 잡아낸 배병우씨는 흑과 백은 대립의 색이 아니라 쉽게 교체되고 연금술적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검정과 하얀색을 서로 아우른 배씨의 작품은 왕성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흑과 백은 서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영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다색을 하나의 요소로 삼아 분할하고 해석하는 고낙범씨는 근작 '스킨' 시리즈를 통해 작은 색의 모자이크 조각으로 피부를 표현했다. 비슷한 색이지만 농도와 채도에 따라,그리고 순색과 혼색 여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미묘한 차이를 표현했다.

국대호와 박주욱씨는 사진에서 힌트를 얻은 듯한 작업을 보여준다. 색과 색의 번짐,혼색을 통해 마치 아웃포커스된 사진 속 풍경처럼 초점을 흐릿하게 표현한 파리근교 풍경 그림을 선보인다. (02)3479-0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