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봉사하는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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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동락 늘푸른아코디온연주단
흔히 '인생은 60부터'라고 한다. 그렇다면 늘푸른아코디온연주단은 지금 '인생 2막'을 멋지게 살고 있는 셈이다. 평생을 사회 각처에서 가정의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해온 60~70대 백전노장들이 모여 연주를 통해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서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인생 1막에 비해 남을 위해 사는 인생 2막이기에 더 보람 있게 느껴진다.
늘푸른연주단은 2002년 봄 서울 동작구 시립노인종합복지관에서 10여명의 노인들이 동아리를 결성하며 출발했다. 매주 모여 연주기법을 배웠고 초창기부터 활발한 연주 봉사활동을 다녔다. 해를 거듭하며 회원은 40여명으로 늘어났다. 살아온 성장배경이나 지역,전 · 현직 직장이 모두 다르지만 아코디언과 봉사라는 공통분모를 자양분 삼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소문이 나면서 연주단을 초청하는 복지기관이 늘었고 회원들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활동을 벌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2008년 복지관 사정으로 동아리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회원들 역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그러나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한 데다 인생 2막과 남을 위한 봉사라는 열정만큼은 간직했기에 일부 회원들이 다시 모임을 만들었다. 10여명의 회원들은 경기 안양시 한 교회에 둥지를 틀면서 연주단의 명맥을 이었다. 회원들은 교회가 제공한 전용연주실에서 주 2회 기량을 연마한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노인대학 등을 통해 정기적인 연주 스케줄도 갖게 됐다. 노인대학은 아코디언 외 서예 등을 배울 수 있어 평생학습을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연주 봉사활동도 더욱 활발히 하고 있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는 노인요양전문병원인 경기 안산시 '해피나라'에서 정기 위문공연을 갖고 있다. 가곡 '선구자'나 동요 '과수원길' 등을 연주할 때면 노인 환자들이 반가워하며 노래를 부르고 덩실덩실 춤을 추곤 한다. 회원들은 조금 더 나이가 많은 노인 환자들을 접하면서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연주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지난 추석에 앞서서는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구 귀국한 동포들이 거주하는 인천시 사할린동포복지관을 방문해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멀리 사할린에 가족들을 두고 떠나와 외로움에 젖어 있는 동포 노인들에게 작지만 위안과 즐거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회원들은 오랜 시간 연주에도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다. 흘러간 옛 노래를 들어봤다며 같이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동포로서 진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회원들은 음악이 좋아서 모였고 열심히 배우고 연습한 것으로 남에게 들려줘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 봉사활동을 다니다보면 젊어진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모임의 명칭을 '늘푸른'으로 한 것도 젊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실제 눈으로 악보를 보고 오른손으로 멜로디,왼손으로 화음 건반을 두드리다보면 치매 예방에 좋다고 의학적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연주단은 앞으로도 뜻이 있는 회원을 지속적으로 영입해 불우한 노인을 위문하며 여생을 보람 있게 살아갈 것이다.
/강신표 전 농협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