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 미FTA(자유무역협정)의 자동차부문 재협상을 시사함으로써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협정문을 고치는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워낙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고 향후 논의 과정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자동차 문제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미국 정부 측의 입장을 고려해 교착상태에 빠진 미 의회의 FTA 비준을 위한 돌파구(突破口)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동차 재협상은 결코 바람작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미국은 한국과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실제 더 이상의 협상 여지가 별로 없다. 관세만 해도 미국은 배기량 3000㏄ 미만 중소형차에 대해서만 2.5%의 관세를 바로 철폐하고 그 이상 대형차는 3년에 걸쳐 폐지하게 되어 있는데,한국은 8% 관세를 즉시 없애도록 협정이 맺어졌다. 관세조건은 오히려 미국에 유리한 것이다.

둘째,이 같은 불균형 무역은 국내 시장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국 자동차 자체의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5.3%,올해 약 4.5%이지만,올 들어 9월까지 미국차는 5156대가 수입돼 점유율 1% 미만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유럽과 일본차가 차지한 실정이다. 미국차의 품질 및 연비 성능 등이 떨어지고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판매부진의 주된 요인라는 얘기다.

셋째,자동차 재협상은 자칫 한 · 미FTA협상의 전체 틀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무엇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미국과의 FTA협상에서 농업과 지식재산권 등 서비스분야의 상당한 양보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실익(實益)을 지키는 방식으로 균형점을 맞췄던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만을 떼어내 재협상을 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농업과 서비스업 분야의 심각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이들 분야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협정의 골격이 지켜지는 범위에서 미국 측이 제기하고 있는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들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장의 불공정한 관행,제도가 있다면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고,FTA 조기 비준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한 · 미 양국 모두 실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전제로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이를 위해 우리의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세밀한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