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와 관련,"만약 미국 측과 자동차 추가 개방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면 우리도 농산물 등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동차 부문에 대한 추가 논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관련,"협정문은 고치지 않는다"고 못박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은 한 · 미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2.5%) 철폐를 위해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서비스 분야를 개방했다. 농업 분야 협정은 쌀 및 쌀 관련 제품 16개 품목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도록 하고 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미국이 자동차 추가 개방과 관련해 다시 마주 앉게 되면 농산물 관세 철폐 예외 품목을 늘리는 방안을 갖고 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쇠고기 등 우리가 불리한 구체적 품목에 대한 개방 시기 재논의 등이 맞불 방안의 일환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추가 협의를 요구해 오더라도 이익의 균형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밝힌 것을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 미 FTA 비준을 위한 전략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 · 미 FTA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털어놨다"며 "우리 정부는 이를 근거로 비준 목표 타이밍과 대응 전략 등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준 시기와 관련,이혜민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미국의 의료개혁법안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된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의료개혁법안이 올해 말까지 완료된다면 내년 초에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고 계속 연기된다면 11월 중간선거 이후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관계자는 "한 · 미 정상 간에 적어도 내년까지는 FTA 비준이 완료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안다"며 "내년을 넘어가게 되면 협상 타결 이후 너무 시간이 지체돼 한 · 미 FTA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비준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전에 들어가면 자동차 업계 이해가 걸려 있는 선거구 후보들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늦어도 8,9월까지는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게 정부 내부의 기류다.

청와대와 정부는 '다시 얘기할 수 있다'는 발언과 관련,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협상이나 추가 협상 이야기가 아니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내용은) 협정문을 고치지 않고 미세조정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뉘앙스였다"며 "부속서에 뭘 넣는다든지 우리가 틈을 열어 놨으니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서욱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