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넘은 태산LCD 역발상 경영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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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협력사 혁신대상' 수상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이제 희망이 보입니다. "
삼성전자가 20일 수원사업장에서 개최한 '협력사 혁신 우수 사례 발표회'에서 대상을 받은 최태윤 태산LCD 사장이 감격에 북받쳐 한 얘기다. 그는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태산LCD는 지난해 9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LCD(액정표시장치) 부품 제조업체다. 지난해 2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키코(KIKO ·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 손실로 무려 7682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태산LCD의 패자부활전
존립 자체가 위태롭던 태산LCD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2분기부터였다. 1분기 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이 회사는 2분기 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에는 흑자 규모가 50억원대까지 늘어났고,당기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반전의 계기는 삼성전자가 마련해줬다. 기존 물량을 보장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5월부터 충남 탕정사업장이 담당하던 32인치 LCD TV 생산과정의 일부를 태산LCD에 위탁한 것.삼성전자가 만든 LCD 패널에 자체 생산한 후면광판(BLU)과 제어장치 등을 부착,케이스를 씌우기 직전 단계의 반제품 TV를 만드는 게 태산LCD에 주어진 임무였다.
◆역(逆)발상의 힘,자동 공정을 수동으로
태산LCD는 절묘한 방식으로 이 기회를 살려냈다. 여러개의 로봇이 투입돼 수동공정에 비해 오히려 작업속도가 떨어지는 자동화 공정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효율성이 떨어지는 자동화 공정보다는 중복공정을 줄일 수 있는 수동화가 낫다는 역발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 것이다. 공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설비와 장비를 고안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 1건을 취득했으며 2건을 출원 중이라는 게 태산LCD 측 설명이다.
완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공정별로 해야 했던 품질 검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후면광판 점등 검사설비도 표준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태산LCD에 위탁생산을 하면서 공정 단계가 29개에서 24개로 줄어 제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15% 이상 빨라졌다"며 "삼성전자의 고민거리를 협력업체가 대신 풀어줬다"고 평가했다.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삼성의 경쟁력
태산LCD에 이은 2등상은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인 인탑스에 돌아갔다. 이 회사는 금형 구조를 개선해 불량률을 낮추고 지문이 잘 묻지 않는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밖에 뉴모텍,코리아인스트루먼트,유창옵티칼,우성정공 등이 혁신상 수상기업으로 뽑혔다.
이날 발표회에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최지성 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과 수상 협력업체 임직원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협력사들은 올 한 해 진행했던 혁신활동을 자체 결산,평가했다. 수상 기업의 전시 부스를 수원사업장에 별도로 마련,혁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부회장은 협력업체들의 혁신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경험으로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사업모델과 제품이 시시각각 쏟아지고 있다"며 "협력업체들의 혁신이 없으면 삼성전자도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