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중개 경력과 그동안 시장 흐름에 대해 설명해달라.
◆황대선 삼성공인 대표(45)=1998년부터 12년째 대치동에서만 중개업을 하고 있다. 일단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0년까지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였다. 돈 빌려 집을 사는 경우가 적었다. 2001년부터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수요가 늘어나더니 2003년부터는 다주택자가 크게 증가했다. 2002년부터 2006년 사이에 대치동은 매매가가 400%나 올랐는데 금융규제 전이라 이때 집을 산 사람들은 대출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데 2006년까지의 시장 상황을 아는 나로서는 믿기 힘들다.
◆정열 신반포공인 대표(52)=대치동에서 1997년부터 중개업을 시작해 분당 정자동,용산 한강로 등지에서 영업을 하다 지금은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1억8000만원 정도이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가 11억5000만원에 고점을 찍고 요즘에는 10억5000만원에 매매된다. 10년 전 인근 중고등학생들이 '똥마아파트'라고 부르던 것이 이제는 '금마(金馬)아파트'로 언론의 조명을 받을 정도로 강남 부동산 시장은 크게 변했다.
◆김경숙 렉슬부동산 팀장(여 · 41)=6년 전부터 강남권 일대에서 영업을 하다 도곡동 도곡렉슬 단지 인근에서 일하고 있는 지 3년됐다. 도곡렉슬의 경우 입주 초기인 2,3년 전에는 투자 수요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실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학교 때문에 이주하려는 사람들로 10명 중 7,8명 꼴이다. 살던 집을 팔고 오다보니 대출 비중도 생각보다 높지 않다.
▷김 실장=시장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심이다. 현재 강남 시장의 기초 체력은 어떤가.
◆황 대표=상당히 약해진 상태다.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졌을 때 '역전세난'이 일어났는데 전셋값을 빼주지 못해 곤란을 겪은 집주인들이 많았다. 2000만~4000만원 정도 떨어진 전셋값을 나가는 세입자들에게 제대로 내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집주인들이 절반가량 됐다. 10억~20억원이 넘어가는 집의 경우 대부분 대출을 2억~3억원 끼고 있는데 대치동이라도 소득은 월 500만~600만원 수준이다. 금리 상승 등 외부 충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팀장=금리 등 외부 요인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수급 상황이 중요하다. 현재 강남에서 거주하려는 수요는 넘쳐나고 있는 반면 신규 공급은 많지 않아 강남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강하다. 3년 전 9억5000만~10억원까지 거래됐던 도곡렉슬 60㎡(옛 26평)는 현재 7억5000만~8억2000만원에 거래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김 실장=시장 상황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도 생각이 엇갈릴 것 같다.
◆황 대표=2년 전부터 시장에 추가적인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여러 채를 보유한 고객들에게도 집을 팔기를 권유하고 있다. 상반기에 강남권 집값이 올랐다지만 2006년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 비중에 따라 10% 이상의 투자금액을 이자비용과 기회비용으로 날렸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시장에는 투자심리가 정점에 달한 병리적 현상이 나타나는 듯하다. 부동산 재테크가 확산되던 2003년에 고등학생들이 중개업소 앞에 서서 매물을 보고 서 있었는데 2005년에는 중학생,2007년에는 초등학생까지 연령이 내려갔을 정도다.
◆정 대표=부동산 경기 순환상 2012년에 큰 폭의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본다. 서울시내는 아직 자가주택 보유율이 낮고 국민소득도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뉴욕과 홍콩의 아파트를 답사했는데 센트럴파크 옆 트럼프타워 아파트가 3.3㎡당 1억원이더라.서울도 용산과 상암DMC 등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비슷한 가격의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김 실장=자신이 강남에 아파트를 5채 갖고 있다면 언제쯤 팔겠나.
◆황 대표=손님이 떨어질까 걱정되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이야기하자면 내년에는 팔아야 한다. 현재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마지막 불꽃이 한두 번 터질 수 있는데 이때 매도해야 한다. 특히 금리가 어느 정도 이상 오른다고 느껴지면 팔아야 한다. 한번 하향세가 본격화되면 매도 타이밍을 못 잡고 4,5년간 앉아서 당할 수 있다. 지난해 경험한 것처럼 시장이 꺾이기 시작하면 매도자를 찾을 수 없으므로 남들이 느끼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
◆정 대표=일단 3채는 매도하고 2채는 갖고 있겠다. 2012년 조정에 대비하는 한편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 3채는 팔아서 용산이나 여의도,마곡지구 등 한강 개발의 호재를 누릴 수 있는 곳에 사두겠다.
◆김 팀장=갖고 있다가 5년 뒤에 팔겠다. 5년 후에는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도 대부분 마무리되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급에 따른 가격 불안도 크게 진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소득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서면 부동산으로 시세 차익을 누리기는 그만큼 힘들어지는 점도 이유다.
정리=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