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을 비롯한 부동산시장이 약보합세에 들어선 가운데 집값 예측을 놓고 전망이 분분하다. 내년 초부터는 가격이 재반등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는가 하면 대세 하락의 초입이라는 비관론도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강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공인중개사들은 부동산1번지로 통하는 강남의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2일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 3명이 모여 방담을 나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김광석 부동산연구소 실장이 사회를 봤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중개 경력과 그동안 시장 흐름에 대해 설명해달라.

◆황대선 삼성공인 대표(45)=1998년부터 12년째 대치동에서만 중개업을 하고 있다. 일단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0년까지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였다. 돈 빌려 집을 사는 경우가 적었다. 2001년부터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수요가 늘어나더니 2003년부터는 다주택자가 크게 증가했다. 2002년부터 2006년 사이에 대치동은 매매가가 400%나 올랐는데 금융규제 전이라 이때 집을 산 사람들은 대출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데 2006년까지의 시장 상황을 아는 나로서는 믿기 힘들다.

◆정열 신반포공인 대표(52)=대치동에서 1997년부터 중개업을 시작해 분당 정자동,용산 한강로 등지에서 영업을 하다 지금은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1억8000만원 정도이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가 11억5000만원에 고점을 찍고 요즘에는 10억5000만원에 매매된다. 10년 전 인근 중고등학생들이 '똥마아파트'라고 부르던 것이 이제는 '금마(金馬)아파트'로 언론의 조명을 받을 정도로 강남 부동산 시장은 크게 변했다.

◆김경숙 렉슬부동산 팀장(여 · 41)=6년 전부터 강남권 일대에서 영업을 하다 도곡동 도곡렉슬 단지 인근에서 일하고 있는 지 3년됐다. 도곡렉슬의 경우 입주 초기인 2,3년 전에는 투자 수요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실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학교 때문에 이주하려는 사람들로 10명 중 7,8명 꼴이다. 살던 집을 팔고 오다보니 대출 비중도 생각보다 높지 않다.


▷김 실장=시장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심이다. 현재 강남 시장의 기초 체력은 어떤가.

◆황 대표=상당히 약해진 상태다.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졌을 때 '역전세난'이 일어났는데 전셋값을 빼주지 못해 곤란을 겪은 집주인들이 많았다. 2000만~4000만원 정도 떨어진 전셋값을 나가는 세입자들에게 제대로 내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집주인들이 절반가량 됐다. 10억~20억원이 넘어가는 집의 경우 대부분 대출을 2억~3억원 끼고 있는데 대치동이라도 소득은 월 500만~600만원 수준이다. 금리 상승 등 외부 충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팀장=금리 등 외부 요인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수급 상황이 중요하다. 현재 강남에서 거주하려는 수요는 넘쳐나고 있는 반면 신규 공급은 많지 않아 강남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강하다. 3년 전 9억5000만~10억원까지 거래됐던 도곡렉슬 60㎡(옛 26평)는 현재 7억5000만~8억2000만원에 거래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김 실장=시장 상황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도 생각이 엇갈릴 것 같다.

◆황 대표=2년 전부터 시장에 추가적인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여러 채를 보유한 고객들에게도 집을 팔기를 권유하고 있다. 상반기에 강남권 집값이 올랐다지만 2006년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 비중에 따라 10% 이상의 투자금액을 이자비용과 기회비용으로 날렸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시장에는 투자심리가 정점에 달한 병리적 현상이 나타나는 듯하다. 부동산 재테크가 확산되던 2003년에 고등학생들이 중개업소 앞에 서서 매물을 보고 서 있었는데 2005년에는 중학생,2007년에는 초등학생까지 연령이 내려갔을 정도다.

◆정 대표=부동산 경기 순환상 2012년에 큰 폭의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본다. 서울시내는 아직 자가주택 보유율이 낮고 국민소득도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뉴욕과 홍콩의 아파트를 답사했는데 센트럴파크 옆 트럼프타워 아파트가 3.3㎡당 1억원이더라.서울도 용산과 상암DMC 등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비슷한 가격의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김 실장=자신이 강남에 아파트를 5채 갖고 있다면 언제쯤 팔겠나.

◆황 대표=손님이 떨어질까 걱정되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이야기하자면 내년에는 팔아야 한다. 현재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마지막 불꽃이 한두 번 터질 수 있는데 이때 매도해야 한다. 특히 금리가 어느 정도 이상 오른다고 느껴지면 팔아야 한다. 한번 하향세가 본격화되면 매도 타이밍을 못 잡고 4,5년간 앉아서 당할 수 있다. 지난해 경험한 것처럼 시장이 꺾이기 시작하면 매도자를 찾을 수 없으므로 남들이 느끼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

◆정 대표=일단 3채는 매도하고 2채는 갖고 있겠다. 2012년 조정에 대비하는 한편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 3채는 팔아서 용산이나 여의도,마곡지구 등 한강 개발의 호재를 누릴 수 있는 곳에 사두겠다.

◆김 팀장=갖고 있다가 5년 뒤에 팔겠다. 5년 후에는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도 대부분 마무리되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급에 따른 가격 불안도 크게 진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소득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서면 부동산으로 시세 차익을 누리기는 그만큼 힘들어지는 점도 이유다.

정리=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