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통해 불꽃 같은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영웅'에서 주인공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씨(34 · 사진)는 이번 작품의 메시지를 "안중근 의사가 조국을 위해 자신을 불태웠듯 누구나 가져야 하는 열정의 가치"라고 말했다.

정씨는 개그맨 출신 뮤지컬 스타 배우다. 서울예술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1994년 서울방송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고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얼굴을 알렸지만 '잘 나가는' 개그맨도 배우도 아니었다. 2003년 뮤지컬 '아이 러브 유'로 무대에 데뷔해 '올슉업','컨페션','라디오 스타','맨 오브 라만차' 등을 거치면서 뮤지컬 배우로 명성을 얻었다.

이번에 정씨가 출연하는 뮤지컬 '영웅'은 '명성황후'의 윤호진씨가 연출한 대작으로 하얼빈 의거를 중심으로 안중근 의사의 짧은 삶을 다루고 있다. 37억여원을 투입한 대작답게 대형 기차 세트,특수영상을 이용한 기차 질주 장면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씨는 공연 제작사의 제의를 받고 오디션에 참가해 주인공 안중근 의사 역을 따냈다. 그는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 만한 안중근 의사 역을 맡게 돼 마냥 좋았다"며 "하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연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본 연습 전,안중근 역에 더블 캐스팅된 류정한씨와 중국 뤼순감옥,하얼빈역 등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인간 안중근'에 다가갔다고 전했다.

정씨는 "역에 몰입하면서 책으로만 알던 안중근 의사가 살아있는 인간으로 그려졌다"며 "'돌아가시기 전에 어떤 마음이었을까','어머니로부터 수의를 받을 때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등 100년 전의 위인을 체험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 초반에는 대본을 보면서 '안중근 의사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며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이지만 각자 생각하는 '안중근 의사'가 달랐고 이를 연출가 등과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안중근이라는 큰 영웅도 동료들이 먼저 죽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어머니를 걱정하는 누군가의 친구이고 아들이었습니다. " 정씨는 현재 안중근 의사가 서거했을 당시와 비슷한 또래다. 그는 "배우로서 연배가 다르면 목소리 톤을 바꾸고 연기의 강약 조절도 달라야 하지만 이 역은 내 몸이 가는 대로 연기하기 때문에 편하다"며 웃었다.

뮤지컬 데뷔 7년,여덟 작품 만에 그는 대형 뮤지컬의 주연을 꿰찼다. 아무리 개그맨 생활을 10여년 했다고 하지만 그 속도가 남다르다. 그는 "개그맨 생활이 뮤지컬 연기에 큰 도움을 줬다"며 "특히 순발력은 다른 배우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연습이 막히면 즉흥적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실제 극에 반영되는 횟수가 다른 배우보다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다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돌아가는 그는 "앞으로 뮤지컬의 정수를 담은 '레 미제라블'에 꼭 출연하고 싶다"며 "자베르 경감 역이 가장 욕심난다"고 말했다.

글=김주완/사진= 양윤모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