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그림, 박수근 제치고 '황제株'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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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경매 낙찰총액 54억집계…박수근 보다 17억 많아
서울·K옥션분석, '빨래터' 위작 논란 틈타 거래활기
서울·K옥션분석, '빨래터' 위작 논란 틈타 거래활기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년)의 작품이 올해 경매 낙찰총액 50억원을 돌파하며 박수근 화백(37억원)을 누르고 미술시장의 새로운 '황제주'로 떠올랐다.
22일 국내 양대 경매업체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올해 낙찰된 현대미술 '빅3' 박수근 · 이중섭 · 김환기 화백의 경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김 화백 작품은 출품작 21점 중 15점이 팔려 낙찰률 71%,낙찰총액 54억5935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최고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던 박수근의 작품은 총 9점 중 7점이 낙찰돼 낙찰률 78% · 낙찰총액 37억4980만원,이중섭 작품은 3점 중 2점이 팔려 낙찰률 67% · 낙찰총액 1억15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근 그림의 지난해 낙찰총액은 64억원으로 김환기(45억원)보다 20% 정도 많았다.
김 화백의 작품이 미술시장의 '황제주'로 떠오른 것은 올해 서거 35주년을 맞아 좋은 작품이 대거 시장에 나오면서 일부 '큰 손'컬렉터들의 '사자'가 잇따른 데다 박수근 '빨래터'와 이중섭의 그림들이 그동안 위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거래가 위축되면서 반사이익을 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화백 작품이 그간 국내시장에서 주로 유통됐다는 점을 들어 황제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어떤 작품 거래됐나=올해 국내 근 · 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 '빅10' 가운데 김 화백의 작품은 무려 4점이나 된다. 지난 6월 K옥션 경매에서 17억원에 낙찰된 1970년작 '무제 1-VI-70 #174'를 비롯해 '항아리'(9억1000만원) '새와 달'(9억원) '새'(8억원) 등이다.
국내에서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김 화백의 작품은 총 196점이 출품돼 143점이 낙찰됐다. 거래총액 306억원,점당 평균 낙찰가는 2억1400만원 꼴이다.
김 화백은 생전에 유화(500여점),과슈(수채화 · 1000여점)를 포함해 2000여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품은 한정돼 있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 작품값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서울 인사동 등 화랑가에서 호당(18×14㎝) 가격은 4000만~5000만원 선을 호가한다. 1950년대에 그린 유화 작품 '꽃과 항아리'는 2007년 서울옥션 제106회 경매에서 30억5000만원에 팔려 자신의 경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한국적 소재 매력=김 화백의 작품은 한민족의 성정을 청색과 독특한 기법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윤진섭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은 "수화의 예술은 한마디로 청색 점화와 달항아리의 예술"이라며 "달항아리,새,매화,여인 등을 투박한 질감으로 그려냈고,뉴욕을 중심으로 평생 성실한 작가로 일관했던 삶 등이 감동을 주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화백의 작품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김 화백 작품은 대부분 한국인이 매입했고 외국인 컬렉터나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 거의 소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한 김 화백은 외국에서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여전히 해외 컬렉터들이 구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작가 작품의 해외시장 마케팅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