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IPTV의 등장,3년 뒤로 다가온 전면적인 디지털 방송 송 · 수신시대 개막 등에 따라 앞으로 10년 내에 '매스'가 아닌 '퍼스널' 미디어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고됐다. 이르면 내년 말 출범할 종합편성(종편) TV채널로 인해 지상파 방송이 독주해 온 방송산업 구도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 후원으로 광운대학교 한울관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2009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방송산업의 미래를 '미디어 소비의 개인화'와 '매스미디어의 퇴조'로 요약했다. '방송 미디어의 새 지평:다양성의 존중,상생의 길 찾기'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격변하는 미디어시장에서 매체 간의 다양한 협력과 상생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형식으로 진행된 기조연설 세션에는 강남준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최양수 연세대 교수,이남기 SBS콘텐츠허브 사장,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변동식 CJ헬로비전 사장,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이 패널로 참석해 미래 미디어 전략방안을 제시했다.


◆더 큰 변화 겪는 10년 온다

최양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향후 10년의 변화는 과거 10년에 비해 더 크고 포괄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상파 방송이 유일하다시피했던 방송시장에 1990년 말 케이블TV(SO)가 등장한 데 이어 위성방송 IPTV 등 경쟁매체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일어난 지난 10년간의 시장 판도 변화보다 더 큰 변혁이 몰아칠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 교수는 그 배경으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미디어의 개인화 △주문형 비디오(VOD) 등 인터넷을 활용한 미디어 활성화를 꼽았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아날로그에 비해 TV화질이 4~6배 향상되는 데 그치지 않고 양방향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가 가능해져 미디어,쇼핑,검색 등의 경계조차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개인화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존 매스미디어를 위협하고 있다. 최 교수는 특히 인터넷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TV 뉴스나 드라마 본방송을 보기보다는 VOD로 해결하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미디어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방송 · 통신 · 신문 간 경계가 사라져 경쟁 방식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최 교수는 "혁신이나 투자 못지 않게 미디어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매체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미디어 융합 등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종편채널 맞대결

이르면 내년 말이나 2011년 초에 선보일 종편채널도 미디어시장 변화의 핵으로 지목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상반기에 신문사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종편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남기 SBS콘텐츠허브 사장은 "법적으로 의무 재전송 채널에 포함돼 있고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는데다 중간광고까지 허용돼 있는 종편채널은 지상파에 비해 규제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이라며 종편채널을 경계했다. 그는 "경쟁사가 많아지면 프로그램 제작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반면 광고 수입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송도균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송시장도 자율경쟁 체제로 가야 미디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종편채널을 통해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구도를 깨겠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료방송 생존경쟁 '스타트'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시장에서 전면전이 예고되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전국 세대의 90%에 달해 시장 성장이 정체를 맞은 가운데 매체 간 시장뺏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조신 사장은 "올해가 방송과 통신의 융합 원년이었다면 내년은 무한경쟁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까지는 IPTV 서비스가 기존 통신사들끼리 가입자 유치를 위한 경쟁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으나 내년부터는 유료방송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이블TV업체 CJ헬로비전의 변동식 사장은 "시장 포화 상황이지만 콘텐츠 수익이 커지면 방송시장이 성장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가격경쟁이 벌어질 경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