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실자산 처리문제가 글로벌 경기회복의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2년간 신흥국들의 채무원리금 상환 규모가 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면서 몇 년 안에 이들 국가의 은행권 부실채권이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신흥국 부실채권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실채권정리에 관한 한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 정리기구인 자산관리공사(캠코)를 설립해 신속하게 부실채권 정리작업을 추진했다. 이는 금융시스템 안정에 크게 기여했으며 결과적으로 외환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고 있다. 캠코의 부실채권 정리 모델은 훗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케이스 스터디로 연구되기도 했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제사회에서 주요국의 역할이 재정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감소하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증대가 보다 공고해지고 있다. 일본도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현지법인 인수를 통해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내년 G20회의를 유치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성과에 덧붙여 전 세계 부실채권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역내 유관기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구조조정펀드 조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의 외교역량이 강화되고 있는 최근 추세에 일본,중국 등 역내 주요국과 비교해 경쟁우위에 있는 구조조정 노하우를 접목한다면 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경제위기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경험을 수출할 적기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실체적으로 기여함은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로 국부를 증진시키는 효과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에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의 리더로 떠오르는 한국의 위상을 기대해본다.

박상무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