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주식을 매입하려고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일본계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일본 증권사들은 한국 경제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면서 일본계 자금의 '바이(buy) 코리아'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한국 증시가 내년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크다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일본계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본계 자금 한국증시 들어갈까 '기웃'
◆10월 일본계 투자자 등록자 수 1위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등록한 외국인투자자는 261명으로 이 중 일본계가 4분의 1이 넘는 66명에 달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156명)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또 노무라증권은 서울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시,예비인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서울지점은 내년 중 현지법인으로 전환해 한국노무라금융투자(가칭)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게 되면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유가증권 발행이 가능해져 국내에서 활동 영역이 넓어지게 된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일본계 자금이 본격적인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계 자금은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를 통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이 노무라자산운용의 2500억원 규모 펀드를 지난 9월부터 운용 중이고 유진자산운용은 일본 10위권 증권사인 아이자와증권과 공동으로 지난달 '유진AIZ한일굿초이스' 펀드를 선보였다.

이들 펀드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집해 투자한다. 일본 내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같은 펀드가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길 유진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일본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며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무섭게 따라잡는 기세가 돋보이자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좋은 투자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아이자와증권 법인영업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매우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과거엔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얘기를 꺼내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상황이 변해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기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일본계 주문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다이와증권 서울지점 관계자는 "최근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눈이 달라졌다"며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대표 종목만 알았는데 최근엔 2등주인 옐로칩은 물론 코스닥 종목에까지 주문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기관들도 금융위기 전엔 연간 거래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그쳤으나 최근엔 2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주문 규모가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일본계 자금 한국증시 들어갈까 '기웃'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 높게 평가

내년에 확정될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일본계 자금의 '바이 코리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대형 호재로 꼽힌다. 보수적이지만 장기 투자하는 성향의 일본 기관 자금은 대부분 MSCI를 추종하기 때문이다.

임경근 노무라증권 상무는 "올해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게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내년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결정되면 그동안 신흥시장으로 분류된 한국 증시 투자를 꺼리던 일본계 자금이 몰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노무라증권은 최근 발표한 아시아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내년 6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해 투자 매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컨센서스인 4.1%보다 높은 5%로 제시했다. 또 다이와증권은 내년 아시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노무라증권보다 더 높은 5.2%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장경영/서정환/김재후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