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산의 나라'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14개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중 8개를 품고 있다. 겨울 시즌만 되면 세계 각국의 산악 원정대 행렬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그러나 네팔은 전문 산악인들의 도전대상만은 아니다. 부처가 탄생한 룸비니 등 불교 성지순례 코스로 빼놓을 수 없고,수도 카트만두처럼 이국적 색채 가득한 문화탐방 여행지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Take 1 왕궁 또 왕궁

네팔여행의 출발점은 수도 카트만두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카트만두 계곡)으로 지정된 카트만두는 '왕궁과 사원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카트만두 왕궁광장의 쿠마리 사원이 관심을 끈다. 사람으로 현신한 힌두의 여신을 말하는 쿠마리는 석가모니의 '샤카'씨족 여아 중에서 선택된다. 9월 인드라축제 때 주인공이 되는 영예를 얻지만 첫 생리 이후에는 다음 쿠마리에게 자리를 물려준 채 시집도 못가고 불행한 운명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쿠마리는 'ㅁ'자형 사원의 3층 창문을 통해 얼굴을 보여준다. 중정에 마련된 함에 알현비를 내야한다. 다른 생각을 했다가는 놓치기 십상일 정도로 창을 스치듯 얼굴을 드러냈다 사라진다.

쿠마리 사원 옆에는 카스터먼더프 사원이 있다.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로 지었다는 사원이다. 이 사원 이름에서 카트만두란 도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카스터먼더프 사원을 등지고 정면을 바라보면 구왕궁이 보인다. 붉은 망토를 머리까지 뒤집어 쓴 원숭이 신, 하누만 상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파탄 왕궁은 중앙의 왕궁광장을 중심으로 사원과 마주보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비슈누 신상을 중심으로 크리시나 사원 등의 여러 사원이 모여 있다. 1000구의 부처상을 새긴 탑으로 유명한 마하부다사원 등이 골목길에 자리해 있다. 카트만두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있는 박타푸르 왕궁도 빼놓을 수 없다. 박타푸르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리틀 붓다'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네팔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라는 나타폴 사원이 중심을 잡고 있다.

저녁이 되면 장터로 변하는 사원 앞 광장에서 이곳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Take 2 지혜의 눈 날카로운 사원

바그마티 강에 접해 있는 파슈파티나트는 시바신을 모시는 네팔 최대의 힌두사원이다. 파슈파티는 시바신을 일컫는 말로 2층 사원은 힌도교도 이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시바신과 기타 다른 신들의 형상과 성소,사원들이 다 모여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힌두교도들의 화장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원을 가로지르는 파그마티강 한쪽에 화장을 하기 위한 제단이 여러개 마련돼 있다. 화장을 할 때면 사원 전체가 하얀 연기로 휩싸인다. 타고 남은 재는 그대로 강에 뿌려진다. 힌두교도들은 이곳에서 화장되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보우더나트 불탑은 세계 최대 규모의 티베트 불탑이다. 5세기께 세워졌다고 한다. 탑을 세울 땅을 확보한 한 여인의 기지에 얽힌 얘기가 재미있다. 여인은 소가죽 한조각만큼의 땅을 요청했고 왕이 이를 허락하자 그 소가죽을 최대한 늘려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일대는 네팔 속의 작은 티베트라고 할 수 있다. 티베트 전통술과 음식을 맛보고 골동품도 고르며 티베트인들의 생활상을 구경하기에 좋다.

시 외곽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스와얌부나트는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와 비슷한 시기에 조성됐다고 한다. 원숭이가 많이 살아 '원숭이 사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원래 호수였던 곳에서 카트만두 분지가 탄생한 얘기가 전한다. 문수보살이 커다란 호수였던 이곳을 여행하던 중 호수 가운데에서 연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지혜의 칼'로 산허리를 잘라 물을 흘러보내 바닥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때 연꽃과 함께 떠오른 곳이 스와얌부나트였다고 전한다.

사원에 가기 위해서는 300개가 넘는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보우더나트 불탑과 비슷한 불탑을 볼 수 있다. 전망이 좋다. 카트만두 시내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네팔의 정식 국명은 네팔왕국이다. 인도,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륙국가다. 한반도의 3분의 2가량인 국토는 동서 900㎞,남북 150㎞로 길게 누워 있는 형태.수도는 카트만두,인구는 2300만명으로 대다수가 힌두교도다. 일교차는 크지만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겨울철에 여행하기 좋다. 한국보다 3시간15분 늦다. 통화단위는 루피.환율은 미화 1달러에 75루피 안팎.카트만두 트리부반공항에서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여권사진 1장이 필요하다. 15일 이내 체류 비자는 25달러.

우리나라의 백반격인 '달밧떠르까리'를 먹는다. 캐시미어 제품인 '파슈미나'를 선물로 많이 산다. 서울아리랑,경복궁 등의 한식당이 있다. 숙박시설로는 하얏트 리젠시 호텔이 손꼽힌다. 대한항공은 매주 월ㆍ금요일 2회 카트만두 직항편을 운항한다. 방콕,싱가포르,홍콩을 경유해 들어갈 수도 있다.

네팔투어(02-730-4845)는 '판타스틱 네팔 7박9일'상품을 만들었다. 카트만두~포커라~치트완 국립공원~너거르코트를 여행한다. 26일부터 12월22일까지 8인 출발기준 1인당 192만원.한진관광(1566-1155)은 '히말라야,네팔 일주 8일'여행을 안내한다. 카트만두~무글링~치트완~룸비니~포카라를 구경한다. 대한항공편으로 매주 월요일 출발한다. 1인당 239만원.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 (02)730-4855,www.nepa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