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전문제조회사 스윙악기(대표 김태영)는 이달 말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에 3960㎡ 크기의 공장을 완공하고 다음 달부터 가동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국내 기타업계에서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해외에 공장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약 1년간 12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국내 20여개 기타업체 중 약 절반이 베트남이나 중국,인도네시아에 해외 공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업계의 해외 공장은 세계적 기타메이커인 펜더나 깁슨 등에 납품하기 위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위주로 가동됐다.

스윙악기는 다음 달부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자체 브랜드(스윙)로 연간 약 5만대(약 50억원어치)의 어쿠스틱 · 전자(사진) · 베이스 기타를 만들어 국내외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김태영 대표는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세계 6~7개국에서 선주문이 들어오는 등 매년 두 배 이상 수요가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국내 생산만으로는 도저히 물량을 맞추기 어렵고 채산성도 떨어져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무엇보다 품질에 신경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윙악기는 인도네시아 공장이 회사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는 공장 가동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내년엔 올해의 두 배인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인도네시아산의 품질을 국내산과 동등하게 유지하기 위해 본사에서 최고의 숙련도를 지닌 3명의 기술자를 파견,품질관리 전문인원으로 상주시킬 방침이다.

김 대표는 "목재 등의 자재 수급이 쉽고 인건비가 저렴해 품질 관리만 철저히 해주면 국내산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공장에서 만든 시제품으로 테스트를 한 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스윙악기는 2001년 창립 이후 고품질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체 브랜드 유지와 국내 생산만을 고집해왔다. 2000년 이후 국내 업계의 90% 이상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중국이나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약 30년간 전 세계 기타시장에 30% 이상의 제품을 공급해 온 한국 기술자들의 손재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마진을 다소 포기하고 품질로 인정받아야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가 통할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품질에 대한 자부심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업체의 OEM 공급요구와 기타업체들의 덤핑 관행을 거부하고 제값을 못 받으면 아무리 큰 계약이라도 거절하는 '뚝심영업'을 해왔다.

여기에는 기술력도 한몫했다. 회사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부품인 '현 진동증폭장치(Pick up)',줄 고정장치인 브리지,헤드머신 등을 자체 개발,창립 8년 만에 국내 기타시장의 40%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품질로는 해외 명품브랜드와도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며 "깁슨,펜더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메이커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파주=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