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터넷 유학 소개 사이트 운영자 김모씨는 지난해 "필리핀에서 토익(TOEIC)을 보면 고득점을 보장한다"며 돈을 받고 원정 응시자를 모았다. 김씨는 응시자들의 성적이 부진하자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필리핀 발행 성적표 14장을 위조했다. 한 응시자는 140점에서 955점으로 둔갑한 성적표로 로스쿨에 지원하기도 했다. 김씨는 검찰에 잡혀 징역 2년형을 받았다.

#2.한국전력은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전기계량기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받자 해당 특허가 무효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방글라데시에서 확보했다. 중소기업은 "조작된 서류"라며 한전 직원을 위증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내외 간 위조서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위조된 해외서류로 국내 기업이나 개인을,가짜 한국서류로 외국 기업이나 개인을 속이려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특히 위조된 해외서류의 경우 진위확인이 어려워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에서 들여오다 적발된 위조 서류는 2007년 340여장에서 지난해 4600여장으로 늘었다. 세관에 적발되는 위조문서는 불법입국이나 취업을 노린 여권 및 외국인 등록증이 대부분이다. 김성곤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총괄팀장은 "갈수록 위조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며 "요즘 여권은 사진을 붙이지 않고 사진 인쇄 후 그 위에 형광 문양을 덧씌우는데 이 문양까지 위조한다"고 말했다.

취업 등을 위해 외국 학위나 영어시험 성적표를 위조하는 사례도 많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캐나다 대학에서 유학했다가 성적이 저조해 학위를 따는 데 실패하자 인터넷 카페에서 위조 학위를 구매한 권모씨를 적발했다. 지난 6월에는 이민 신청을 위해 소득금액증명서 등을 위조해 캐나다 대사관에 제출한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해외 거주자의 위임장 위조도 눈에 띈다. 변호사 박씨는 위조문서를 이용,미국 거주 치매노인이 한국에 보유한 수백억원대의 땅을 가로채려다 적발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노인의 시민권을 위조해 "땅의 처분권을 박씨에게 위임한다"는 가짜 위임장을 만든 뒤 땅을 팔아넘기려다 지난해 검찰에 잡혔다.

한전 사례처럼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는 해외 문서가 위조 의혹에 휘말리기도 한다. 한전 직원을 고소한 중소기업 측은 "방글라데시 현지를 찾아 확인한 결과 서류발급 기관의 이름이 다르고 직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전 측은 "위조한 적이 없으며 방글라데시는 정부기관에서조차 사실확인이 힘든 곳"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해외 위조서류는 현지기관에 진위를 확인해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동남아 국가에서 발생한 부동산 사기사건과 관련해 국내 주재 해당국 대사관에 위조 의혹이 있는 서류의 진위 확인을 요청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답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희일 국제법과학연구소장은 "서류에 있는 사인이 거칠고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위조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