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동에 있는 고깃집 '옹달샘'은 두툼하고 고소한 삼겹살로 이름나 있다. 그런데 요즘 이 식당이 삼겹살 맛보다 딸 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장창호(58) · 김연숙씨(58) 부부의 외동딸이 바로 국가대표 골프선수 장하나(17 · 대원외고 2년)다. 어머니 김연숙씨는 "예전에는 식당이 유명했는데 요즘은 딸이 더 알려져 그 덕분에 손님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이 식당을 연 지 꼭 30년째인데 하나가 프로로 전향한다"며 "하나가 프로에서 첫승을 거두면 3일간 가격파괴 이벤트로 팬들과 고객들에게 보답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제2의 신지애'로 불리는 장하나는 어릴적부터 '골프천재'로 소문이 자자했다. 서울 반원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장하나는 입문 1년 만에 '싱글 핸디캡'스코어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4년 제주도지사배와 송암배,한국여자주니어선수권을 석권했다. 당시 드라이버샷 거리가 250야드에 달해 그 또래에선 적수가 없었다. 그해 타이거 우즈가 제주 라온GC에서 최경주,박세리,콜린 몽고메리와 스킨스게임을 벌였는데 이벤트 행사에 '한국의 유망주'로 그를 초청했을 정도다. 2007년 대원중 3학년 때는 US여자아마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고,그 이듬해 대원외고에 진학해서는 제주도지사배와 익성배를 연달아 제패했다. 지난 4월 퀸시리키트컵 아시아 · 태평양 아마추어 팀선수권대회에서 개인 ·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최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하이트컵챔피언십과 KB투어그랜드파이널에서는 각각 3위와 2위를 차지,하반기 아마추어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장하나가 프로에 노크하는 것은 더 높은 비상을 위해서다. 월 400만~500만원 드는 훈련비용을 대온 부모님께 빨리 효도하고 싶은 마음도 한 몫 했다. 장하나는 "내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미련이 있지만,프로로서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며 "상금을 타면 부모님 크루즈여행도 시켜드릴 것"이라며 말했다. 장창호씨도 "하나는 늘 당당하고 주눅들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 더 잘하는 '무대 체질'"이라고 거들었다.

장하나는 내년 시즌을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매일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학원으로 직행해 두시간여 일본어와 영어를 배운다. 이어 9시께 아침을 먹고 10시쯤엔 용인에 있는 88연습장에 도착한다. 1시까지 샷을 연마한 뒤 신원CC로 이동,30여분 동안 퍼트연습을 한다. 이후 라운드를 하고 88연습장으로 되돌아가 오후 7시30분까지 샷과 퍼트를 보완한다.

그는 260야드를 날리는 드라이버샷뿐 아니라 아이언샷이 일품이란 평가다. 대개 여자 선수들은 어프로치샷 거리를 잴때 그린 앞까지 계산하고 나머지는 볼이 굴러가게끔 한다. 그 반면 장하나는 핀까지 거리를 재고 바로 쏜다.

내년 목표는 국내 2부 투어에서 승수를 쌓아 일찌감치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하는 것.더불어 하반기에 정규투어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정규투어 신인상과 대상 수상,미국LPGA투어 명예의전당 최연소 입성,올림픽 금메달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러려면 내년이 중요한 해입니다. 대회장에 오셔서 제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