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성공하려면 정책내용이 좋아야 할 뿐 아니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반대 의견이 있으면 이를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해 정책이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러 정책들 중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용두사미격으로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몇 년간의 준비 끝에 시행에 들어간 경제교육지원정책도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문제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정책의 집행 과정을 보면 뒤죽박죽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5월부터 경제교육지원법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정부는 경제교육을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하는 교과과정개편안을 내놓아 관련 교사의 반발을 불렀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회 과학 등 탐구 과목을 줄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이번 교과과정 개편 연구진에 윤리 전공자가 지리 역사 일반사회 등 다른 전공자보다 두 배나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편중된 연구진이 편중된 개편안의 원인이라면 교과부는 교육시장의 고질적인 밥그릇 싸움을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교육이 금융 분야에 편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증권 은행 등 11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청소년 금융교육 네트워크'를 만들어 초 · 중등학교를 방문하는 등 최근 경제교육은 금융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칫 기업을 비판하고 제조업을 경시하며 창업 아닌 금융투자로 부자가 된다는 식의 오도된 교육으로 흐를까 걱정된다. 초등학생에게 과연 금융교육이 필요한 것인지, 학교 현장이 금융상품의 홍보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경제교육은 사람들이 민주시민으로서 합리적 세계관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쉽게 말해 정치인이 내놓는 선거 공약이 단순히 표를 얻으려는 술수인지를 가려내는 안목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수결 투표제도는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 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불가능성의 정리, 중위투표자이론, 합리적 무지 등의 용어로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이 입증을 한 바 있다.

'합리적 투표자에 대한 비판'이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소개된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의 브라이언 캐플란(Bryan Caplan)교수는 "사람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개인 비용을 들여 선거공약을 일일이 조사하지 않는다. 이 같은 '합리적 무지'로 인해 투표자들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반시장,반외국,인위적 일자리창출 공약에 귀가 솔깃해 지는 속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교육은 문맹자들을 대상으로 은행 이용하는 법 따위를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다. 민주적 정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 합리적 세계관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무려 6개월간 계속된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처럼 사회적 낭비를 다시 치러야 할지 모른다.

경제교육지원법에 의해 출범한 경제교육협회는 반년이 지난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경제교육에 관한 거창한 이론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지 소식이 궁금해지는 요즈음이다.

박주병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