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산 전쟁으로 진통을 겪는 가운데 기획재정위원회의 '소리 없는 순항'이 눈길을 끈다.

재정위는 23일 이달 들어 4번째 예결소위를 열고 막바지 예산 논의를 이어갔다. 소위원장인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은 "내년 경제성장 전망과 특수예비비 삭감 여부를 놓고 여야가 조금씩 의견을 좁혔다"며 "2주 내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위와 교육과학위 등이 예산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돋보이는 속도다. 한 재정위원은 "지난주 전체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재정위만 독주하는 것 같아 숨을 고르기로 했다"며 "다른 상임위가 4대강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어 보조를 맞추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같은 날 열린 재정위 조세소위에서도 쟁점인 세제 개편안이 안건으로 올랐지만 심각한 여야 갈등은 없었다. 재정건전성 문제,소득세 상위구간 신설 여부 등 구체적인 안건을 놓고 논의하다보니 당론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평가다. 위원장인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간사인 이혜훈 의원과 오제세 민주당 의원의 합리적인 진행도 한몫하고 있다.

서병수 위원장은 "재정위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 등 최대 이슈를 놓고 원만하게 합의했으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안건도 상임위 중심으로 논의하면 해결된다는 게 재정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