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발표한 평산이 주가 약세기에 대규모 증여를 단행했다. 대개 증여가 절세를 위해 주가 저점기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산 증여에도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동수 평산 대표이사 회장의 친인척인 정영득씨는 지난 16일 보유하고 있던 평산 주식 96만주(5.58%)를 주식회사 윈텍에 증여했다.

이번에 증여 받은 주식회사 윈텍은 풍력 관련업체로, 평산의 최대주주인 신 회장의 2세인 진욱씨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이번 증여로 신 회장측이 지배구조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2세가 최대주주로 되어 있는 법인에 증여, 직계 지배구조는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다. 증여 전 진욱씨의 지분은 4%대였는데 이번 증여로 10%대에 육박하게 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대주주의 증여에 대해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악재가 쏟아진 이후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을 때 증여에 나서기 때문이다.

평산은 지난 13일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은 189억3400만원으로 전년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641억9300만원으로 33.03%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89억2000만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평산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직후 증여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증여 이후에는 회사가 턴어라운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평산의 경우도 이런 점을 감안하고 주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산처럼 수증자가 영리법인인 경우에는 증여세 대신 법인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증여한 날이 기준이 되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증여일이 최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양종금증권에서 세무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철훈 리테일전략팀 주임은 "수증자가 영리법인일 경우 증여받은 재산은 자산수증이익으로 법인의 소득을 구성하기 때문에 법인세와의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증여세는 면제하는 대신 법인세가 부과된다"며 "따라서 증여한 날이 기준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산은 증여일인 지난 16일 이후 이날까지 18.45% 급등했다.

서울반도체의 경우 성공적인 증여 타이밍으로 상당한 평가차익을 보고 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은 지난해말 보유주식 가운데 897만6076주(17.66%)를 아들 민호씨와 민규씨에게 각각 448만8038주(8.83%)씩 증여했다. 당시 서울반도체 주가는 니치아와의 소송으로 인한 법률 비용 증가로 수익성 부진에 7000~1만원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증여가액(약 9986원) 산정이 완료된 이후 니치아와의 특허 문제가 해결되고 LED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서울반도체의 주가는 연일 급등해, 이날 4만600원까지 올랐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