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이 날 놀라게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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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국 발령이 확정되자마자 인터넷에서 한국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 노동 시간이었다. 한국인들이 어떻게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 궁금했다. 노동생산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겼다. 연초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5만1214달러로 미국의 57%에 불과하며 OECD 30개 회원국 중 23위다. 정보기술(IT),통신,도로,공항,철도 등 인프라가 뛰어나고 교육 수준이 세계 최고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해가 안 간다. 한국에서 6개월째 살고 있는 필자는 그 원인을 두 가지로 생각해 봤다.
먼저 유연성이 부족한 노동법이다. 한국에서는 근속연수에 따른 혜택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직장을 바꾸는 사람도 드물다. 회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직원도 함께 이끌고 가야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근로활동 기간 중 한국인들은 평균 3번 이직하는 반면 미국인은 10번,영국인은 7번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낮은 이직률이 숙련된 노동력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업계의 우수한 사례가 공유되지 못하거나 장기 근속으로 인한 경제적인 이점을 이유로 본인의 적성과 무관하게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평생을 책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명문대 출신을 고용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학 입학 시험은 불과 18세에 치르는 것인데도 말이다. 필자의 경우 18세 때 치른 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지만 결코 뛰어나지는 않았다. 뛰어난 학업 성적과 직무 수행 능력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음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두 번째는 한국의 승진 관행이다. 한국에서 연공서열은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이를 알고 있던 필자의 상사는 필자를 HSBC 은행장으로 임명하기 전 실제로 나이를 확인하기도 했는데,그때는 나이가 왜 중요한지 몰랐다. 다행히 과거 HSBC에서 맡았던 어려운 업무로 인해 흰머리가 늘면서 현 직책에 어울려 보이기도 했고,개인적인 생각에는 자격 요건을 잘 갖추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승진은 실적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연공서열식 승진은 비효율적이다. 실적에 따른 승진 제도하에서는 젊은 관리자나 여성도 능력에 맞는 직무를 맡을 수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이 이룬 놀라운 성장을 볼 때 필자가 과연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인지 주저하게 된다. 대부분 한국 대기업의 경영진이 해외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기 때문에 이들의 자질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또 필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인 영국과 멕시코보다 한국이 더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러나 기업이 평생고용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유연하게 조정할 때 한국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일보할 것이다.
매튜 디킨 < HSBC코리아은행장 ceohsbckorea@hsbc.com >
먼저 유연성이 부족한 노동법이다. 한국에서는 근속연수에 따른 혜택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직장을 바꾸는 사람도 드물다. 회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직원도 함께 이끌고 가야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근로활동 기간 중 한국인들은 평균 3번 이직하는 반면 미국인은 10번,영국인은 7번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낮은 이직률이 숙련된 노동력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업계의 우수한 사례가 공유되지 못하거나 장기 근속으로 인한 경제적인 이점을 이유로 본인의 적성과 무관하게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평생을 책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명문대 출신을 고용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학 입학 시험은 불과 18세에 치르는 것인데도 말이다. 필자의 경우 18세 때 치른 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지만 결코 뛰어나지는 않았다. 뛰어난 학업 성적과 직무 수행 능력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음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두 번째는 한국의 승진 관행이다. 한국에서 연공서열은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이를 알고 있던 필자의 상사는 필자를 HSBC 은행장으로 임명하기 전 실제로 나이를 확인하기도 했는데,그때는 나이가 왜 중요한지 몰랐다. 다행히 과거 HSBC에서 맡았던 어려운 업무로 인해 흰머리가 늘면서 현 직책에 어울려 보이기도 했고,개인적인 생각에는 자격 요건을 잘 갖추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승진은 실적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연공서열식 승진은 비효율적이다. 실적에 따른 승진 제도하에서는 젊은 관리자나 여성도 능력에 맞는 직무를 맡을 수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이 이룬 놀라운 성장을 볼 때 필자가 과연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인지 주저하게 된다. 대부분 한국 대기업의 경영진이 해외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기 때문에 이들의 자질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또 필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인 영국과 멕시코보다 한국이 더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러나 기업이 평생고용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유연하게 조정할 때 한국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일보할 것이다.
매튜 디킨 < HSBC코리아은행장 ceohsbckorea@hsb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