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3분기에 82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은행 파산이 급증하면서 거둬들인 예금보험기금 보험료보다 보험금 지급이 많았던 탓이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기는 1992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FDIC는 3분기 중 파산 은행에 대한 예금 지급 충당금으로 217억달러를 추가로 적립함에 따라 장부상으로 적자전환했다고 24일 밝혔다. FDIC는 올 들어 124개 은행이 문을 닫아 1992년 이래 최악의 은행 파산 사태가 빚어지면서 예금보험기금이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둘러 재원을 확충하지 않으면 예금자 보호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FDIC는 각 은행에 대해 3년치 예금보험료를 연말까지 선납하도록 함으로써 450억달러의 재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FDIC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은행 파산으로 인해 1000억달러의 예금보험기금을 추가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DIC는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부실 은행 수가 3분기 말 현재 552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저축 · 대부조합(S&L) 부실 사태 당시인 1993년 이후 16년 만의 최대다.

2000년 이후 발행한 은행채 만기가 다가오면서 일부 은행들은 또다시 자금난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자료를 인용,2012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는 7조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내년부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가 심화될 경우 일부 중소형 은행들은 다시 파산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