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원유 설탕 등 주요 원자재의 국제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 걱정이 크다. 원자재 가격의 지나친 급등(急騰)은 이제 겨우 수렁에서 벗어나고 있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게 불을 보듯 뻔한 까닭이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예사롭지 않다.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 금값은 지난해 말 대비 40%가량이나 뛰어올랐다. 배럴당 80달러선을 오르내리는 원유는 올 들어 상승률이 100%를 훌쩍 넘어섰다. 설탕 홍차 코코아 등 주요 농산물 가격 역시 잇달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원자재 및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줄달음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달러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각국이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이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 및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싼 값에 조달된 달러화가 국제 상품시장을 휘젓고 있다는 이야기다. 달러화 보유로 입게 될 손실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물론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챙기겠다는 투기심리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아시아 등 주요국 증시가 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이 같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유입에 힘입은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와 원자재값 상승 등이 새로운 자산버블을 키우고 있고,이는 우리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어제 내놓은 '2010년 한국기업의 5대 불안요인과 대응방안'보고서에서 내년에 원화가치,금리,유가가 동반 상승하는 '3고 현상'이 과거보다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정한 가격에 각종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귀금속을 비롯 다양한 상품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1년께 상품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상품유통 관리를 개선함으로써 원자재가격은 물론 수급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