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연말을 한 달 앞두고 부실채권 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낮추라는 금융감독당국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상각할 경우 올해 4분기에만 은행권에서 2조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수그러들고 은행의 자기자본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부실채권을 무리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8000억원가량의 부실채권을 회수와 매각,상각 등을 통해 처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900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계열사인 우리F&I와 캠코에 매각하거나 상각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3000억~4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해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낮추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3500억~4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으로 정리하고 1000억원어치는 상각하기로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1.5%인 부실채권비율을 연말까지 1.24%로 낮출 계획"이라며 "부실채권을 ABS 발행과 상각을 통해 최대한 정리하고 필요시 매각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이 부실채권을 매각할 경우 장부가보다 30%가량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채권의 대손충당금이 환입되더라도 매각 손실액이 더 클 경우가 많아 손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이 연말 부실채권 비율을 1% 수준으로 낮추면 하반기 2조7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4분기에 추가로 발생하는 손실은 1조90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경기회복이 계속되면 부실채권 비율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라며 "연말까지 일률적으로 목표를 맞추려다 보면 정상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채권마저 매각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