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이고 재미 있다. 《슈퍼 괴짜경제학(Super Freakonomics)》이라는 제목처럼 그냥 괴짜가 아니라 '아주 발칙한' 괴짜들의 경제학 이야기다. 4년 전 마약 거래자 등 엉뚱한 소재로 경제학을 설명한 《괴짜경제학》보다 한층 더 논쟁적이다.

첫 책의 주제가 '세상은 인센티브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인센티브의 원리를 가로막는 외부효과'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 두 사람은 '경제학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스티븐 레빗 시카고대 교수와 언론인 출신의 스티븐 더브너.책의 부제는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괴짜 천재의 실전경제학'이다. 지난달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폴 크루그먼 등 저명 학자들이 온라인 논쟁을 뜨겁게 펼쳐 더욱 화제를 모았다.

▶본지 10월29일자 참조

논쟁의 핵심은 지구온난화 해법이었다. 저자들은 '앨 고어와 피나투보 화산의 공통점'이라는 글에서 "화석연료 소비로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상식'은 허구"라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 문제는 손만 씻으면 간단히 예방되는 병을 방치하다가 결국 의사만 찾고 있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더라도 그 차로 마트에 가서 소고기를 구입한다면 소가 뿜는 메탄가스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효과를 상쇄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값비싼 정책 대신 지구 대기 성층권에 빛을 잘 반사시키는 이산화황을 뿌리는 기구를 설치하고 태양광을 반사시키는 값싼 '지오(GEO · 지구) 엔지니어링' 등의 대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과 환경론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두 사람은 전혀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 논쟁은 월스트리트저널이 "균형잡힌 시각"이라고 저자들을 옹호함으로써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은 '매춘의 경제학'이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시카고의 매춘부들은 백인 손님보다 흑인 손님에게 화대를 적게 받는다. 자꾸 화대를 흥정하는 흑인들에겐 가격을 단호하게 제시함으로써 더 이상 깎지 못하게 하고,부유한 백인 손님에게는 직접 가격을 제시하게 함으로써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화대를 받아내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이른바 '가격차별' 정책이다.

고객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고 상품의 재판매가 불가능하다면,이러한 가격차별은 어디에서나 이뤄진다는 게 저자들의 분석이다. 출장용 비행기 티켓과 여행용 티켓의 가격 차이,애완견 주인의 헤어기기와 애완견의 헤어기기의 가격 차이도 이 원리로 설명된다. 매춘부와 고객 사이에 이뤄지는 가격 전략은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똑같다는 것이다.

시카고 매춘부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평균 주당 350달러.100년 전 가격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수입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매춘부를 위협하는 가장 큰 경쟁 상대는 곧 '일반 여성'들이라는 것.수십 년 전만 해도 미국 남성 중 20%가 매춘부와 첫 경험을 한 데 비해 요즘은 5%로 줄었다. 혼전 섹스가 매춘의 대체물이 된 셈이다.

'산모 사망의 딜레마'도 눈길을 끈다. 19세기 중반 빈의 종합병원에선 산모 6명 중 한 명이 출산 과정에서 사망했다. 이는 의사가 아닌 산파가 일했던 병동이나 심지어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는 경우보다 훨씬 높은 사망률이었다. 병원에 갔기 때문에 죽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헝가리 출신의 의사 제멜바이스는 이 높은 사망률의 원인을 추적한 끝에 '범인'을 밝혀냈다. 바로 의사들이었다. 의사들은 시체를 해부한 손을 씻지 않은 채 산모들의 자궁을 만졌고 그 과정에서 세균에 감염된 산모와 신생아들이 산욕열로 죽어 나갔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지금도 많은 의사들이 제대로 손을 씻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손을 씻는 '저비용'으로 높은 치료율이라는 '고효율'을 얻을 수 있는 데도 왜 계속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계속 초래하는 걸까.

저자들은 '손을 씻어야 하는 인센티브'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LA의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선 의사들이 손을 씻을 때마다 스타벅스 카드를 주고,그들의 손을 세균배양 접시에 찍은 뒤 세균 덩어리를 컴퓨터로 보여줌으로써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먼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부터 배우자'는 것이다. 즉 '세상은 인센티브로 움직이지만 수많은 외부효과들이 그것을 방해하며,그럴 땐 또 다른 인센티브와 외부효과로 그것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