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객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경영난에 시달려온 서울 멀티플렉스 극장이 경매 시장에 나왔다. 서울 강남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경매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에서도 공급과잉됐던 멀티플렉스가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26일 부동산 경매업체(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역 5번 출구 아라타워의 8층부터 11층까지 4개 층에 입점한 '씨너스 강남'은 지난 10월 경매에 부쳐져 두 번이나 유찰돼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물은 ㈜시네마지가 보유한 지분 4분의 1(지분매각)이다. 경매 감정가는 92억3000만원이었지만 두 번 유찰돼 감정가보다 36% 낮은 59억720만원에 다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2006년 문을 연 씨너스 강남은 그동안 재정난에 시달려왔다. 씨너스 강남 지분 4분의 1을 가진 ㈜시네마지는 신한은행의 빚 35억원을 갚지 못해 7건의 가압류가 들어온 상태다. 오은석 ㈜다다재테크 대표는 "극장처럼 큰 매물은 경매로 나오기 전에 은행 채권단들이 '큰손' 고객들에게 자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씨너스 강남은 투자자가 없어 끝내 경매 시장까지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재 휴관 중인 '문래CGV'도 법원 경매에 부쳐졌다. 서울 영등포 SK리더스뷰 LOOX 건물 4층(527㎡)에 위치한 문래CGV는 총 1400석(8개관)을 갖추고 있다. 감정가는 190억원이며 첫 경매에서 유찰돼 최저가 152억원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지방 멀티플렉스 극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올해 총 17개의 지방 멀티플렉스가 경매시장에 나왔다. 광주는 현재 4개의 극장이 동시에 경매에 들어갔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지방의 경우 과거 몇 년 동안 수요 분석 없이 대형 쇼핑몰이나 상가건물이 생기면 영화관을 입점시키는 게 트렌드였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영화 산업 침체 속에 공급과잉에 따른 결과로 풀이했다. 2008년 전체 관객수는 전년 대비 5% 줄었지만,스크린 수는 오히려 5.4% 늘었다.

성선화/유재혁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