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살한 왕따 소녀의 恨…씻김굿처럼 달래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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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소설/ 창비/ 228쪽/ 8500원
김려령 소설/ 창비/ 228쪽/ 8500원
따돌림은 사춘기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지만,아무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출간돼 30만부나 팔린 《완득이》로 청소년 소설 열풍을 불러온 작가 김려령씨의 신작 《우아한 거짓말》에서 여중생 천지는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다. 온순하고 착실했던 천지가 붉은 털실로 짠 긴 줄에 목을 매 자살하자 가족들은 울부짖고 가해자들은 자책한다. 어두운 이야기다.
그런데 김씨는 이 소설이 '씻김굿'으로 받아들여지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천지의 비극을 두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어려움을 천지가 죽으면서 다 거둬갔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누구나 상처를 안고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은 제 소설을 비극으로 읽을 수도 있고,소설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겠죠.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살다 보면 세상이 마치 늪처럼 내 발목을 잡아당기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도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라도 천천히 걸어나오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품으면 적어도 퇴행하지는 않거든요. "
김씨는 자신 또한 천지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내릴 뻔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중학생 때 그는 극한의 고통과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때 그를 붙들어준 건 "잘 지내니?"라는 이모의 평범한 안부 인사였다. 그는 "천지도 누군가 달려와주고 위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우아한 거짓말》의 묘미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선악 대결 구도를 비켜갔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 화연은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따돌림을 주도해 천지를 자살로 내몬 장본인.하지만 그 내면을 한꺼풀 벗겨보면 그도 상처투성이 소녀다. 천지를 따돌리고 물질공세를 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비위를 맞춰보려 했지만,결과는 "너 별명이 뭔지 아냐? 지갑이야,지갑.공짜 지갑"이라는 비웃음뿐이었다.
작가는 "천지를 따돌리는 일은 화연에게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지키는 행위였을 것"이라며 "물론 피해자는 충분히 위로해야겠지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가해자도 감싸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지난해 출간돼 30만부나 팔린 《완득이》로 청소년 소설 열풍을 불러온 작가 김려령씨의 신작 《우아한 거짓말》에서 여중생 천지는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다. 온순하고 착실했던 천지가 붉은 털실로 짠 긴 줄에 목을 매 자살하자 가족들은 울부짖고 가해자들은 자책한다. 어두운 이야기다.
그런데 김씨는 이 소설이 '씻김굿'으로 받아들여지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천지의 비극을 두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어려움을 천지가 죽으면서 다 거둬갔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누구나 상처를 안고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은 제 소설을 비극으로 읽을 수도 있고,소설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겠죠.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살다 보면 세상이 마치 늪처럼 내 발목을 잡아당기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도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라도 천천히 걸어나오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품으면 적어도 퇴행하지는 않거든요. "
김씨는 자신 또한 천지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내릴 뻔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중학생 때 그는 극한의 고통과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때 그를 붙들어준 건 "잘 지내니?"라는 이모의 평범한 안부 인사였다. 그는 "천지도 누군가 달려와주고 위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우아한 거짓말》의 묘미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선악 대결 구도를 비켜갔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 화연은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따돌림을 주도해 천지를 자살로 내몬 장본인.하지만 그 내면을 한꺼풀 벗겨보면 그도 상처투성이 소녀다. 천지를 따돌리고 물질공세를 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비위를 맞춰보려 했지만,결과는 "너 별명이 뭔지 아냐? 지갑이야,지갑.공짜 지갑"이라는 비웃음뿐이었다.
작가는 "천지를 따돌리는 일은 화연에게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지키는 행위였을 것"이라며 "물론 피해자는 충분히 위로해야겠지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가해자도 감싸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