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다룬 노 · 사 · 정 6자회담이 끝내 결렬됐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회담결렬을 빌미로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동투(冬鬪)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어 걱정이 크다.

6자회담의 합의 실패는 사실 예정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 · 사 · 정 대표들이 서로 자기들의 주장만 고집하며 양보할 의사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까닭이다. 앞으로도 물밑 대화는 계속한다고 하지만 노 · 사 · 정의 완고한 입장을 생각하면 두 현안의 처리가 합의로 해결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해 보인다.

물론 국회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혁 성향의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로 구성된 민본 21이 나름대로의 절충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도 독자적 해법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 또한 정당별 또는 의원 성향별로 견해가 크게 엇갈리는 백가쟁명식 주장이어서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원만한 해결책 도출은 힘들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사안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시행에 옮겨져야 한다는 점이다. 법제화를 이루고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13년간이나 실천을 미뤄왔는데 또다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며 시행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특히 노조의 독립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관행을 또 연장하는 것은 정말 말이 안된다. 이는 전임자 숫자를 필요 이상으로 늘려 노동운동을 한층 과격하게 만드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노동 현안의 내년 시행 방침을 흔들림없이 밀고나가야 한다. 어차피 합의로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라면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는 게 현실이다. 영세사업장 노조에 대한 배려 같은 보완책은 법을 시행해가면서 순차적으로 마련해도 늦지 않다. 노동계는 그렇지 않아도 철도노조 파업 등으로 뒤숭숭한 산업현장을 총파업 운운하며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노사문화의 선진화 작업에 적극 동참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