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의 존폐 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그 동안 엄청난 논란을 빚어온 외국어고 제도의 개선 시안이 어제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 위탁을 받은 특목고제도 개선연구팀은 외고가 존속하거나 자율형사립고，일반계고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율 선택하는 '1안'과 기존 외고를 폐지(廢止)하고 자율형사립고，일반계고 등의 외국어 중점학교로 전환하는 '2안'을 제시했다. 1안은 설립목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지정요건이 강화되지만 현행 외고제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2안은 특목고 지위폐지 등 사실상 외고를 없애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교과부는 오늘 열리는 특목고제도개선 공청회를 비롯 교육감협의회，교장단 간담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다음 내달 10일 외고를 포함,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최종 확정지을 예정이다.

외고를 둘러싼 논란은 외고가 외국어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설립목적을 벗어나 입시 전문기관으로 변칙 운영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임은 물론이다. 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 특목고 전문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사교육비 문제는 서민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며,심지어 저출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당국이 이번에 외고문제의 공론화를 통해 그 해법을 강구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과연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조건 외고를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수월성교육을 통해 평준화 폐해인 학력저하를 막고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데 나름대로 기여해온 외고를 사교육비 유발 등의 이유로 폐지하는 건 국가적 손실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사교육비 문제는 부실한 공교육과 대학입시 등 교육 전반에 걸쳐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외고가 안고 있는 사교육 유발 등의 문제는 그 것대로 풀어나가면서 글로벌 인재양성이란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인문사회 영재 양성 등을 위한 학교 다양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외고 문제는 교육경쟁력 강화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