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파생상품과 공모펀드에 증권거래세가 부과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가 큰 타격을 받아 70%가량 급감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덱스펀드와 차익거래펀드 등이 주식을 팔면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차익거래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차익거래펀드는 현물(주식)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시장에서 수시로 비싼 것을 팔고 싼 것으로 이동하면서 'CD금리+2%'안팎의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지난해는 평균 6.45% 수익을 냈다. 주로 투자자금이 많은 개인 '큰손'들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이용한다.

현재 프로그램 매매는 하루 평균 1조원 가까이 이뤄져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6일 펀드평가업계에 따르면 거래세 부과에 대한 부담으로 차익거래펀드의 자금이 이탈,현재 설정액은 4217억원으로 지난 6월 말(842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작년 말까지만 해도 2862억원으로 차익거래펀드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던 '교보악사투모로우오퍼튜너티H-1'펀드는 현재 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차익거래펀드의 자금이탈은 공모펀드에 증권거래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자산운용사가 공모펀드에 편입된 주식을 팔 때 매도금액의 0.3%를 세금으로 내면 선물과 현물(주식)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펀드의 매매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장봉영 한국투신운용 시스템운용본부장은 "차익거래는 통상 0.1~0.2% 정도의 수익을 좇아 이동하는데 0.3%를 세금으로 내면 오히려 손해"라며 "여기에 파생상품 거래세까지 부과되면 차익거래펀드는 모두 사라질 게 불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현재 37개 차익거래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선물을 이용해 차익거래를 하는 인덱스펀드 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덱스펀드의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또 작년과 올 들어 30조원가량이 발행된 ELS(주가연계증권) 등도 선물을 이용,수시로 헤지하고 있어 거래시마다 세금을 내야 할 경우 목표수익률을 낮추거나 차익거래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 프로그램 매매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투자 주체들이 거래를 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매 규모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공모펀드에 증권거래세만 부과돼도 프로그램 매매의 70%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며 "시장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며 급등락을 막는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 매매가 부진할 경우 투자 규모가 큰 외국인이 선물시장을 독차지할 것"으로 우려했다.

내년부터 공모펀드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부안이지만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발의했다. 이날 여당은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대해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