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섹스& 더 시티] 화성에서 온 아줌마 금성에서 온 골드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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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 직장인 김은희씨(31).대학시절 단짝 친구 5명은 모두 결혼했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느라,친구들은 집안 챙기느라 서로 얼굴 한 번 보기가 쉽지 않다. 자연스레 모임은 1년에 3~4번으로 줄었고,만나더라도 주말에 브런치를 먹는 정도다. 친구 중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 온 정신이 아이에게 쏠린다.
지난 22일 넉달 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온 김씨는 '3시간 대화하는 동안 내가 얘기한 시간은 10분밖에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필수지식인 '뽀로로'나 '토마스'를 김씨가 알 리 없었고,전세 대출금 때문에 검소해진 아줌마들은 김씨의 쇼핑목록 1호인 명품 백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 김씨는 "결혼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때,결혼한 친구들이 멀어지는 것을 느낄 때 결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만나도 할 얘기가 없다
'여자의 친구들은 결혼식을 기점으로 갈라진다'는 말이 있다. 골드미스의 관심사는 쇼핑(특히 명품 백),직장생활,외모,연애 등이지만 기혼녀의 관심사는 남편,육아,시부모다. 한 자리에 모여도 대화 주제에 따라 그룹이 나눠질 수밖에 없다. 친구들이 워킹맘이라면 직장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전업 주부들은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에는 집에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다.
친구 관계에선 30대 초반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다. 골드미스 이은형씨(35)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한 친구들이 집안 얘기를 시작하면 "난 몇 년째 독수공방인데 노처녀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냐"며 딴죽을 걸었다. 20대 처녀의 자유를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30대 초반 '유부'(유부녀)들은 미혼녀들의 쇼핑,여행 이야기에 약이 오른다. 몇 년간 평행선을 달리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공감은 못해도 들어주는 게 약'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기혼녀들은 자녀가 유치원,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동네 엄마들을 중심으로 '교육 공동체 친구집단'으로 이동한다.
◆골드미스가 보는 아줌마 친구
골드미스들은 만날 때마다 시댁 흉을 보는 '아줌마' 친구들을 보며 '결혼해서 뭐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명절이면 절정을 이룬다. 이은형씨가 명절연휴 피부과에 가는 동안 맞벌이하는 이씨의 친구는 시댁에 가서 일하고 동서들과 경제력,가져온 선물 등을 비교당한다. 그래서 이씨의 친구는 명절에 휴일당직을 자원한다. 결혼한 회사 선배는 시어머니가 과소비한다고 나무랄까봐 쇼핑한 옷들을 회사에 두고 중요한 날마다 회사에서 갈아입는다고 한다.
결혼한 친구들이 가끔 맨 얼굴로 모임에 나올 때,출산 후 펑퍼짐한 몸매로 변했을 때 '결혼 안하길 잘 했지'라는 안도감에 휩싸인다. 친구들은 남편,자식,시댁,살림걱정뿐인데 혹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 같다'는 친구 얘기를 들으면 결혼의 환상은 처참하게 깨진다.
그래도 결혼한 친구들이 부럽기는 하다. 남편과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 첫째,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완벽하게 사랑해줄 아이가 있다는 것이 둘째다. 고담희씨(39)는 "아이있는 엄마가 일도 뚝심있게 잘한다"며 "기혼녀들은 부장한테 깨지고 집에 왔는데 '엄마 왔어~'라고 아이가 맞아주면 하루 힘들었던 것이 다 풀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부유한 남편을 만나 맞벌이를 안 해도 풍족하게 사는 친구들을 보면 살짝 배도 아프다.
◆아줌마가 바라보는 골드미스
아줌마 친구들에게 미혼 친구는 부러움과 동시에 안타까움의 대상이다. 결혼 전 백화점에서 '타임''마임' 등 브랜드 정장을 척척 사입었지만 결혼 후엔 패밀리세일을 기웃거리고 'G마켓 죽순이'가 된다. 반면 미혼 친구들은 신상(신상품)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크리스마스,생일을 함께 축하할 가족이나 애인이 없는 골드미스들이 자기들끼리 공연을 보러간다고 할 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가장 부러운 것은 자유다. 여행을 좋아하는 진소영씨(31)와 남편은 1년간 연애하면서 홍콩,일본,호주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그러나 결혼 후 2년 동안 가본 곳은 부산,제주도가 전부다. 진씨는 "왕래가 잦은 시부모님 눈치가 보여 해외여행은 못 간다"고 말했다. 결혼 5년차 워킹맘 강지현씨(35)는 친구들이 동호회,학원 등을 다니며 자기계발에 투자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며칠 전 싱글인 친구가 "200만원 마시지를 끊었다"고 할 땐 입이 떡 벌어졌다.
미혼 친구를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평생 믿고 사랑할 수 있는 남편과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모임에 남편이 데리러 오면 어깨가 펴진다. 그러나 미혼 친구들에게 남편 자랑은 금물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도금녀' 미혼 친구들을 보면 철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강씨의 미혼 친구는 저축해둔 돈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합쳐 3800만원짜리 '캠리'를 샀다. "마이너스가 더 심해졌다"면서도 입이 귀에 걸린 친구를 보니 어린 애같다.
◆"자발적 골드미스는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초혼 연령은 2006년 27.8세에서 2007년 28.1세,2008년 28.3세로 점차 늦어지는 추세다. 여성의 주체성,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지만 30세를 훌쩍 넘긴 골드미스들은 "자의에 의한 골드미스는 없다"고 말한다. 취재에 응한 골드미스들은 "결혼을 위해 남자를 만나진 않겠지만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 결혼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 교수와 저널리스트 시라카와 도코가 함께 쓴 <결혼심리백서>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40%가 연봉 6000만원 이상인 남성과 결혼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5~34세 미혼 남성 가운데 연봉이 6000만원 이상인 남성은 불과 3.5%라며 '결혼 불황' 시대에 적극적으로 '결혼 활동'에 나설 것을 저자들은 권한다.
프로이트는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일과 사랑이라고 했다. 일,결혼,자식을 낳고 기르는 과정을 통해 성숙하고 독립된 인간으로 자라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가 아닐까 싶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
지난 22일 넉달 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온 김씨는 '3시간 대화하는 동안 내가 얘기한 시간은 10분밖에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필수지식인 '뽀로로'나 '토마스'를 김씨가 알 리 없었고,전세 대출금 때문에 검소해진 아줌마들은 김씨의 쇼핑목록 1호인 명품 백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 김씨는 "결혼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때,결혼한 친구들이 멀어지는 것을 느낄 때 결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만나도 할 얘기가 없다
'여자의 친구들은 결혼식을 기점으로 갈라진다'는 말이 있다. 골드미스의 관심사는 쇼핑(특히 명품 백),직장생활,외모,연애 등이지만 기혼녀의 관심사는 남편,육아,시부모다. 한 자리에 모여도 대화 주제에 따라 그룹이 나눠질 수밖에 없다. 친구들이 워킹맘이라면 직장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전업 주부들은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에는 집에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다.
친구 관계에선 30대 초반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다. 골드미스 이은형씨(35)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한 친구들이 집안 얘기를 시작하면 "난 몇 년째 독수공방인데 노처녀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냐"며 딴죽을 걸었다. 20대 처녀의 자유를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30대 초반 '유부'(유부녀)들은 미혼녀들의 쇼핑,여행 이야기에 약이 오른다. 몇 년간 평행선을 달리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공감은 못해도 들어주는 게 약'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기혼녀들은 자녀가 유치원,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동네 엄마들을 중심으로 '교육 공동체 친구집단'으로 이동한다.
◆골드미스가 보는 아줌마 친구
골드미스들은 만날 때마다 시댁 흉을 보는 '아줌마' 친구들을 보며 '결혼해서 뭐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명절이면 절정을 이룬다. 이은형씨가 명절연휴 피부과에 가는 동안 맞벌이하는 이씨의 친구는 시댁에 가서 일하고 동서들과 경제력,가져온 선물 등을 비교당한다. 그래서 이씨의 친구는 명절에 휴일당직을 자원한다. 결혼한 회사 선배는 시어머니가 과소비한다고 나무랄까봐 쇼핑한 옷들을 회사에 두고 중요한 날마다 회사에서 갈아입는다고 한다.
결혼한 친구들이 가끔 맨 얼굴로 모임에 나올 때,출산 후 펑퍼짐한 몸매로 변했을 때 '결혼 안하길 잘 했지'라는 안도감에 휩싸인다. 친구들은 남편,자식,시댁,살림걱정뿐인데 혹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 같다'는 친구 얘기를 들으면 결혼의 환상은 처참하게 깨진다.
그래도 결혼한 친구들이 부럽기는 하다. 남편과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 첫째,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완벽하게 사랑해줄 아이가 있다는 것이 둘째다. 고담희씨(39)는 "아이있는 엄마가 일도 뚝심있게 잘한다"며 "기혼녀들은 부장한테 깨지고 집에 왔는데 '엄마 왔어~'라고 아이가 맞아주면 하루 힘들었던 것이 다 풀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부유한 남편을 만나 맞벌이를 안 해도 풍족하게 사는 친구들을 보면 살짝 배도 아프다.
◆아줌마가 바라보는 골드미스
아줌마 친구들에게 미혼 친구는 부러움과 동시에 안타까움의 대상이다. 결혼 전 백화점에서 '타임''마임' 등 브랜드 정장을 척척 사입었지만 결혼 후엔 패밀리세일을 기웃거리고 'G마켓 죽순이'가 된다. 반면 미혼 친구들은 신상(신상품)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크리스마스,생일을 함께 축하할 가족이나 애인이 없는 골드미스들이 자기들끼리 공연을 보러간다고 할 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가장 부러운 것은 자유다. 여행을 좋아하는 진소영씨(31)와 남편은 1년간 연애하면서 홍콩,일본,호주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그러나 결혼 후 2년 동안 가본 곳은 부산,제주도가 전부다. 진씨는 "왕래가 잦은 시부모님 눈치가 보여 해외여행은 못 간다"고 말했다. 결혼 5년차 워킹맘 강지현씨(35)는 친구들이 동호회,학원 등을 다니며 자기계발에 투자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며칠 전 싱글인 친구가 "200만원 마시지를 끊었다"고 할 땐 입이 떡 벌어졌다.
미혼 친구를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평생 믿고 사랑할 수 있는 남편과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모임에 남편이 데리러 오면 어깨가 펴진다. 그러나 미혼 친구들에게 남편 자랑은 금물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도금녀' 미혼 친구들을 보면 철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강씨의 미혼 친구는 저축해둔 돈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합쳐 3800만원짜리 '캠리'를 샀다. "마이너스가 더 심해졌다"면서도 입이 귀에 걸린 친구를 보니 어린 애같다.
◆"자발적 골드미스는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초혼 연령은 2006년 27.8세에서 2007년 28.1세,2008년 28.3세로 점차 늦어지는 추세다. 여성의 주체성,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지만 30세를 훌쩍 넘긴 골드미스들은 "자의에 의한 골드미스는 없다"고 말한다. 취재에 응한 골드미스들은 "결혼을 위해 남자를 만나진 않겠지만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 결혼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 교수와 저널리스트 시라카와 도코가 함께 쓴 <결혼심리백서>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40%가 연봉 6000만원 이상인 남성과 결혼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5~34세 미혼 남성 가운데 연봉이 6000만원 이상인 남성은 불과 3.5%라며 '결혼 불황' 시대에 적극적으로 '결혼 활동'에 나설 것을 저자들은 권한다.
프로이트는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일과 사랑이라고 했다. 일,결혼,자식을 낳고 기르는 과정을 통해 성숙하고 독립된 인간으로 자라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가 아닐까 싶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