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금화인 '아메리칸 이글'이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가운데 구입과 보관이 편리한 금화 수요가 급증,아메리칸 이글이 동나버릴 정도다.

미 조폐국은 25일 "금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2009년도 아메리칸 이글 1온스(28.3g) 금화의 재고가 바닥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조폐국은 이어 "시장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재고가 확보돼야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폐국이 아메리칸 이글의 판매를 중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8월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는 등 금융위기가 가속화됐을 때 금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메리칸 이글의 판매가 중단됐다. 당시만큼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 들어 아메리칸 이글 금화는 119만온스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어난 양이며 지난 10년래 최대 판매 기록이다. 아메리칸 이글 은화도 올해 2600만온스가 판매돼 23년래 최대 수준을 보였다.

미 조폐국이 만드는 아메리칸 이글은 '아메리칸 버펄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금화다. 이어 캐나다 '메이플리프'와 호주의 '필하모닉',남아프라카공화국의 '크루거랜드'가 많이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화와 은화가 귀금속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대안 투자처라고 입을 모았다.

금화 판매 중단 소식에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물은 이날 21.20달러(1.8%) 오른 온스당 11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장중 1192.8달러까지 치솟으며 119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편 각국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기 위해 금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스리랑카 중앙은행에 금 10t을 3억7500달러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IMF가 자금 확충을 위해 중앙은행에 금을 매각한 것은 최근 한 달간 세 번째이며 총 212t에 달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