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발(發) 악재가 회복세로 접어든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여파로 그제 유럽 증시가 3% 안팎 폭락한 데 이어 어제는 코스피지수를 비롯, 대부분 아시아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무려 75.02포인트 빠지며 4.7%나 급락,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원 · 달러 환율은 20원20전이나 폭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향후 두바이 사태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내 금융권이 보유한 두바이 채권은 8800만달러로 이중 두바이 정부가 채무 상환 유예를 요청한 것은 3200만달러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들이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했던 7억2000만달러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규모라는 점에서 우리 건설업체 등이 입을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유럽은행들이 최대 400억달러 정도를 두바이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두바이발 쇼크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제 유럽 증시가 큰폭으로 내린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두바이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 전체가 소위 '더블 딥'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최근 지지부진해진 데다 일본 역시 엔고와 디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크게 위축(萎縮)된 상태여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만약 세계 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빠진다면 대외의존도가 높아 해외발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는 더욱더 쇼크를 받을 공산이 크다. 어제 국내 주가가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폭으로 빠진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두바이 쇼크의 파장과 향후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 등을 면밀하게 분석,이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우리 경제가 또다시 외풍에 휘청거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