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답십리1동에 있는 양복점 '엘부림' 점주 박수양씨(57)는 양복 일을 천직으로 알고 40여년간 한 우물을 파온 장인이다. 전국 남성복기술경진대회 특상을 비롯 1996년 서울 기능경기대회 은메달,2002년 노동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한국맞춤양복기술협회 부회장,2005년 독일 세계총회 한국대표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맞춤양복 업계에서 실력파로 통한다.

박씨는 현재 점포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30여년 동안 '부림양복점' 상호로 영업을 하다가 지난해 5월 지금 위치로 이전했다. 그는 소비시장 트렌드에 맞춰 '엘부림'으로 상호를 변경하고,한 차례 방문으로 맞춤양복을 인도하는 '올인원시스템'을 개발,브랜드 양복을 지향해 왔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기대한 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 광고 전단지를 배포하고,할인권을 발송하는 등 홍보마케팅을 해도 효과가 없자 지난 5월 말 한국경제신문에 자영업 컨설팅을 의뢰했다.

한경 자영업종합지원단의 분석 결과,엘부림의 매출 부진은 품질 문제가 아니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양복 품질은 우수했지만,매장 구성이나 마케팅 활동 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이런 지적을 적극 수용하고 개선에 나섰다.

우선 미래의 고객인 젊은 연령층 사이에 인기가 있는 패션 스타일을 모니터링해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단골 확보에 주력했다. 답십리 지역의 입지적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인터넷 마케팅도 시작했다. 홈페이지(www.elburim.com)를 개설한 결과,주문과 상담이 상당히 늘었고,맞춤양복을 찾는 신규 고객도 부쩍 늘어났다. 매장 내부 벽면을 활용해 수상 경력이나 양복 가공 장면 등을 보여줄 수 있게 디스플레이도 바꿨다.

브랜드 양복을 절반 이하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정보가 '한경'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 연예인들도 엘부림을 많이 찾고 있다. 골프선수 양용은,탤런트 홍요섭,이종수,이민우,김병세,방송인 최선규,홍서범씨 등도 단골이 됐다. 중장년층보다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매출은 이전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올해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아들 박승필씨(26)도 디자인실장으로 합류해 큰 힘이 되고 있다. 교사를 꿈꿨던 박씨는 "마케팅을 제대로 하면 '양복점'도 살리고 프랜차이즈 사업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가업을 잇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관리 프로그램,가격 정찰제,매장 인테리어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박씨는 "값싸고 간편한 기성복에 밀려 맞춤양복이 사양화되고 있지만 품질과 가격만 좋으면 승산은 있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들에게 엘부림의 맞춤양복을 입히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와주신 분들=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회장, 박민구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부원장,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